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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내가 없으면 철학도 없다 - 주호식 신부|☆...

수성구 2017. 7. 28. 01:24

[부부] 아내가 없으면 철학도 없다 - 주호식 신부|☆...사제와 수도자 °♡。

       

 

아내가 없으면 철학도 없다
    독일의 실존철학자인 야스퍼스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다니던 때에 아내인 게르투르트 마이어를 만났다. 그야말로 운명의 끈으로 묶인 듯, 두 사람은 첫눈에 끌려 결혼했다. 얼마 뒤 야스퍼스는 모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정교수가 되었다. 철학사상의 싹을 다듬는데 몰두한 야스퍼스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게르투르트에게는 행복한 나날이 끝없이 계속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으면서 두 사람에게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게르투르트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야스퍼스는 아내와 대학 교수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나라의 명령을 받았다. 영광스러운 독일의 대학에서 일하고 싶으면 이혼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 야스퍼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내는 내 철학의 모든 것입니다. 아내없이는 내 철학도 없습니다." 그는 아내를 택하고 교수직을 떠났지만,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에서 강의나 저작활동이 금지되고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쯤되자 야스퍼스도 다른 나라로 망명할 결심을 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스위스 여행을 허락 받았지만 나치는 게르투르트가 독일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야스퍼스는 망명의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아내와 함께 남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나치 독일이 항복할 때까지 8년의 세월 동안 야스퍼스는 언제 비밀경찰이 아내를 데리러올지, 또 수용소로 끌려갈지 몰랐기 때문에 계단의 구두 소리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하며 아내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난을 피할 수 있었다. 야스퍼스의 아내라는 점이 비밀경찰의 연행을 막았던 것이다. 만약 두 번이나 있었던 양자택일의 그 시기에 아내를 버렸더라면, 그는 사랑하는 아내도, 철학도 모두 잃었을 것이다.

 

- [좋은 생각, 2000년 1월호, p.59] - [굿뉴스~주호식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