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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지는 이유|

수성구 2017. 4. 1. 01:38

십자가를 지는 이유|묵상의 뜰

       



십자가를 지는 이유

요한 복음 7장 1-2.10.25-30절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이가 저 사람 아닙니까?”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평행선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또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만 벽에 대고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진심도 통하지 않고 간절함도 전해지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상대의 진심을 알려고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본당 공동체 안에서 종종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럴 때면 모두가 힘들고 아픕니다.
      어떤 말도 믿으려 하지 않는 불신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함으로 철벽을 칩니다.
      게다가 차가운 적개심은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 아버지께 돌려보려 하시지만 자꾸만 가로막힙니다.
      사람들이 한 걸음 더 하느님의 자비에 가닿도록 애쓰시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열 걸음 물러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도 종종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가족이나 교우들과 갈등을 겪은 뒤,
      불신과 완고함으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평행선을 걷거나 그들 앞에 높은 벽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그 평행선을 교차시키고, 높은 벽 너머 더 큰 사랑을 보게 합니다.
      이 거룩한 사순 시기에 우리가 주님을 따라 골고타까지 십자가를 더욱 힘차게 지고 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 거절당하더라도 오늘 용기를 내어 굳게 닫힌 문을 십자가 사랑으로 두드려봅니다.


      강희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