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아름다운 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수성구 2015. 8. 9. 12:27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김연아 선수가 LA 하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통합 스포츠 체험'에 참여하였다. 이 행사는 유명 인사가 장애인 선수와 함께 뛰며 포용과 화합이라는 스페셜올림픽의 정신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녀는 배드민턴장에 나타나 장애인 선수와 함께 뜻 깊은 경기에 참가한 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고 인터뷰 섹션에서 말하면서, 지적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선수들과 다름없이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연습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덧붙여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80-90% 정도는 힘겨웠던 기억과 함께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는 거의 없었다는 고충을 전할 때 나는 가슴에 진한 감동이 베여 나와 나도 모르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녀에겐 선수생활 자체가 도전이므로 당연히 80-90%는 힘든 기억밖에 없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겠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지만 최후 1%가 되기 위해 99%는 훈련하면서 쏟아내는 수많은 땀과 수고가 어찌 달콤할 리가 있겠는가. 남들이 볼 땐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성공한 모습이지만 그녀의 고통은 본인이 먼저 목숨 걸 정도로 최선을 다했고 가족들조차 말없이 희생했기에 영광보단 아픔이 먼저 생각난다는 말에 누구라도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영광 뒤에 힘든 자신과의 수없는 싸움이 있었다는 실감나는 술회 속에 여유는 당연히 이제는 그녀가 누려야 할 몫임을 인정하면서 우리에겐 다시 한 번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에 충분했다. 장거리 인생에서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제 스물여섯 살인 김연아 선수도 90%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그녀보다 한 살 더 먹은 인생들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 같아선 고통은 내 인생에서 일부분이었으면 좋겠는데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그녀의 인생선배들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싫든 좋든 고통은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건만 바보같이 아직도 순간순간 닥쳐오는 쓴 잔을 거부하면서 꿈틀대는 애벌레같이 평안만 구하고 있는 나약한 자신을 향해 김연아의 고백은 내게 인생의 교훈과 함께 지금 당장 내가 올라가야 할 산이 무엇인지 더 뚜렷하게 보여 준 셈이었다. 인생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기술이 필요하기에 많은 과정을 통해 공부를 하고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운전처럼 기술적인 부분은 잠깐이요 대부분 어떤 마음으로 운전을 하느냐의 자세는 기술과 비할 수 없는 인생롱런의 비결이 숨겨있다. 장거리인 인생에서 고통을 해결하는 문제는 결코 기술적인 과제가 아니었다. 세상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알고 보면 돈으로 되는 일은 일부분이요 대부분 돈이 아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풀어야 풀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진실에 관한 문제나 행복에 관한 근본적인 접근에는 돈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지금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새 기록들을 만들고 있는 박인비선수가 드디어 브리티시 대회에서 우승하므로 아시아 첫'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녀는 허리 통증과 거센 비바람으로 인해 나흘간 열 번이나 경기를 포기할까하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인내하므로 대역전극을 만들 수 있었다. 외신에서는 이러한 박 선수에게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것은 어떠한 상황이 와도 그녀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은 채 끝까지 마음을 잡으며 경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10살부터 시작한 골프는 일찍부터 천재로 주목받았지만 슬럼프도 빨리 찾아와 그만 둘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해 봤겠는가. 그 때마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박 선수에게는 기술이 아닌 마음의 몇 가지 자세가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스윙은 몸이 아니라 정신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철칙 등은 침묵의 암살자답게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선 역시 기술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절감하면서 감동이 밀려와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골프는 결국 마음의 운동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스윙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성공은커녕 도중하차하여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인생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마음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인생에서 자신감만큼 중요한 요소가 어디 있겠는가.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였던 션 폴리는 박인비의 미소는 달라이 라마처럼 고승의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미소는 자만의 표정이 아닌 아름다운 자신감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은 수많은 광야의 시간을 지나면서 연단된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겸손한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알고 보면 인생은 어렵지 않다. 김연아 선수를 보나 박인비 선수를 보나 내 자신을 보나 평안보다 고통이 기쁨보다 슬픔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일 때 광야 가운데에서도 여유가 있고 친구가 있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생각지 못한 감동과 담대함 그리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고 욕심 없는 미소를 갖게 된다는 것이야말로 축복된 사람의 자산이 될 것이다. 2015년 8월 9일 입추를 보내고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우기자님, 이요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