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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이야기

수성구 2014. 7. 23. 16:02

 
 

 

 

 

 

 기적 같은 이야기

 

 

어느 아파트의 위층과 아래층의 주부는 사이가 아주 각별하였습니다.

위층의 주부는 치매에 걸린 친정 엄마를 모시고 있었고, 아래층의 주부는 중풍에 걸린 시모를 모시고 있었기에

서로에게 상련의 끈이 이어졌는지도 모릅니다.

나이 많은 아래층이 언니가 되고 윗층이 아우가 되어 그렇게 둘도 없는 이웃이 되어 지냈습니다.

 

어느날,

"동생... 부탁이 있는데..." 하면서 아주 어렵게 아래층 언니가 말을 합니다.

"우리 부부가 급하게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데 어머니가 걸려서... 한 삼일이면 되는데...

부탁할 곳도 없고...동생도 어머니 때문에 힘든 줄 알면서 염치없이 부탁하네... "

"그래요, 언니..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삼일인데 그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위층 새댁은 흔쾌히 허락을 합니다. 평소에도 서로 배려하고 사는 처지라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삼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아래층 언니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무슨 일이 있다 싶어 전화를 해 보았건만... 역시 불통입니다.

보름이 지나자 아래층 언니 집에 사람이 찾아와 이사를 들어온다 합니다.

한 달 여쯤 지난 후에 아래층 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동생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부도 나고 파산에 이르러 어머님을 건사할 데도 없고...

여기 일본인데... 동생, 일년만 기다려 줘... 열심히 일해서 빚 갚고 어머님 모시러 꼭 갈께..."

 

느닷없는 언니의 말에 위층 새댁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언니... 이러면 안되요...나는 어떡하라고 ... 나... 할머니 버릴꺼예요...

복지원이라도 보내야지... 이러면 안되요..." 고함을 쳐보았지만 이미 전화는 끊겨있고...

새댁은 마냥 엉엉 울며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분해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새댁의 머리에 전점 더 언니의 그 자상했던 얼굴이 떠오르고 도무지 어찌힐 바 없어

몸부림 치던 언니의 입장이 되어 보며 그 언니가 가여워 또 울었습니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어렵게 양해를 구하여 언니의 시모를 친정엄마와 함께

모시기로 합니다. 그나마 믿음이 있는 남편이므로,

아내가 힘들어 할까봐 염려하는 것을, 주님이 보내신 것이라고 그렇게 여기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치매로 인해 그렇게 속을 썩이던 자기 엄마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금방 밥을 먹고도 딸을 향해 밥을 안 준다고 고함을 치려하면 아래층 할머니가,

"여보게, 금방 밥 먹었잖은가..." "...아...아까 우리 밥 먹었지...ㅎㅎㅎ"

 

딸의 말은 그렇게 듣지 않던 엄마는 누워 지내는 할머니를 도와가며 그렇게 상냥하고 부드럽게 변하더니

치매가 거의 치료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딸의 일손도 거들어주고 친구도 생기고...

그만큼 역할과 대화가 중요한 것이지요.

 

이제 그 언니가 와서 할머니를 모셔 간 데도 놓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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