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신앙의 길잡이

가난한 나의 하느님

수성구 2022. 9. 18. 02:34

가난한 나의 하느님



- J. 아리아스

 


나의 하느님은 가난하십니다.
"너희는 가난한 나에게서 배워라."
나의 그리스도 하느님은 겸손하셨습니다.

그분은 손수 일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생애의 마지막까지
집 한 채도 갖지 못하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그래서 나의 하느님은 자유로우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속박하는
권력과 명예와 재산을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선과 정의와 자비와 자발성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아버지를 사랑하셨습니다.
가난하신 나의 하느님은
가난한 것, 소박한 것, 잊혀진 것,
겸손한 것, 선명한 것, 순수한 것을 사랑하십니다.

재물은 기름과 같이 더럽히는 것입니다.
가난은 비누와 같이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은
샘의 맑은 물, 깨끗하고 담백한 물과 같으십니다.
그분의 눈에는 빛 전체가 있습니다.
태양은 가난한 사람들의 재산입니다.
낮은 자기 수고로 살아가는 사람의 재산입니다.
밤은 부유한 사람들만의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은 가난하시므로
빛이시고 태양이시며 낮이십니다.

가난하신 나의 하느님,
선명하신 나의 하느님,
금을 가지지 않으신 나의 하느님,
자유로우신 나의 하느님은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
번쩍이는 모든 것,
복잡한 모든 것을 애타게 원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분이십니다.

그분은 싱그러운 초원에 무딘 사람에게는
힘든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하느님과 그분의 어머니를
부유한 사람으로 묘사하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들은 그분의 성전과 모상을
금으로 처바르려고 하고
그분의 종들에게 명주 옷을 입히려 하고
권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과
거액의 저금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높은 자리를 내어주며
그 사람 앞에서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으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런데 나의 하느님은 변함없고
가난하며 가난한 사람의 벗이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자유로운 사람들의 하느님
수중에 남은 것이 전혀 없어도
그분을 온통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의 하느님이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가난 속에서
단 하나의 가능한 재산,
곧 그분이 사랑하는 빛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의
하느님이십니다.

'백합 > 신앙의 길잡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0) 2022.09.20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0) 2022.09.19
성체와 함께 사는 우리  (0) 2022.09.17
사랑의 신비를 알라  (0) 2022.09.16
하느님 닮기  (0) 202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