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나무의 시

수성구 2022. 8. 6. 05:22

나무의 시

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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