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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수 있다고!

수성구 2022. 7. 3. 06:19

혼자 할 수 있다고!

7월 첫째주 연중 제14주일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루카10.1)

 

혼자 할 수 있다고!

(이재정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주임)

 

지난 성목요일에 동창 신부들과 사제 서품 25주년 축하식을 하기로 했다.

동창 대표 신부님이 그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시편 37.5)

나의 사제서품 성구였다.

 

 

사제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면 이 성구가 정말 딱 들어맞는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일들은 언제나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빠지고 본당 신자분들께 맡겼던 일들은 언제나 그 결과가 대만족이었다.

일하다가 부딪히게 되는 한계를 넘어서도록 도와 준 이들도 본당 신자들이었다.

내가 한계에 부딪혔던 이유는 주님께 맡기지 않고.

주님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음을 읽으면서 파견되는 제자들에게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자들은 파견된다는 생각에. 그래서 예수님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이것저것 잔뜩 챙겨가야 잘할것 같은 착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돈주머니도 여행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루카10.4)하고 알려주신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멋진 인사말이나 귀에 쏙쏙 들어가도록 달콤한 말을 해야 할까?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평화를 빕니다..하고 말하여라

그렇다면 가서 무엇을 전해야 할까?

예수님처럼 청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나?

이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무엇을 전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려주신다.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하고 말하여라..

 

 

예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았다.

아마도 이것이 필요할 거야. 저것도 나중에 필요할 거야..라는 생각에

잔뜩 사놓았고. 멋진 말이나 귀에 듣기 좋은 강론이 더 좋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전해야 할 중요한 내용보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만

전하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예수님의 제자로 상가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파견되었음을 잊지 않고. 파견하신 분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늘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 왔기 때문이다.

 

 

파견하신 분의 뜻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빌어주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임을.

그리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임을 다짐해본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