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바깥으로 굽는다
차동욱 신부
우리말에 ‘가재는 게 편’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슷한 뜻으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 는 속담도 쓰입니다.
같은 부류끼리 어울리고 같은 편을 들어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속담도 따라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 하는 경우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원수까지도 사랑하며 사랑의 한계를 없애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의 속성인 사랑은 원래 무한한 것이라서 어디에선가
멈춰야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면 예수님의 원수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원수인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고, 수난하셨고, 영광을 약속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그냥 놔두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당신의 진짜 형제자매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 말씀하십니다.
원수를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재가 게 편을 안 들거나,
팔을 바깥으로 굽히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완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자신을 완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용서하기 힘들 때 하느님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한계 없이 나아갈 수 있는 하느님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완전하신 하느님을 먼저 만나야 하겠습니다.
저는 안 되겠으니 당신의 사랑을 빌려야 하겠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과의 만남 이후에 비로소
다른 만남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 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