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좋은글

약과 독

수성구 2022. 6. 14. 06:27

약과 독

 약과 독 
그날은 길이 막혀 모두 버스 안에서 잡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내 손이 눈에 띄어 화제가 되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참 작고 고운 손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젊었을 땐 참 예쁜 손이었을 것이라는. 
나는 긴 악몽에서 깬 듯 기쁘고 신기했다.
그동안 나는 손이 밉다고만 여기고 살았다. 
나의 ‘손’에 대한 남편의 지난 찬사도 그저 격려사로 들었을 뿐이었다.
지금 내 손이 예쁘든가 말든가 그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 
같은 햇빛에 독수리의 눈은 뜨이고 부엉이의 눈은 먼다. 
똑같은 손도 보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박경주, 수필 ‘약과 독’ 중에서
보는 눈이 달라서 누군가는 칭찬을, 누군가는 마음 상하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남습니다.
약과 독의 차이, 참 단순하고 사소합니다.

 

'백합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피는 날  (0) 2022.06.16
해당화  (0) 2022.06.15
더 많은 기쁨  (0) 2022.06.13
행복은 관계와 사랑에서  (0) 2022.06.11
인생은 나이에서 배운다"  (0) 202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