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아버지의 신뢰

수성구 2022. 5. 28. 04:30

아버지의 신뢰

5월 다섯째주 주님 승천 대축일

예수님께서는 손을 드시어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루카 24.46-53)

 

 

아버지의 신뢰

(최인형 수녀. 노틀담 수녀회)

 

예수 승천 대축일.

예전에는 주님 영광을 기리는 마냥 크고 기쁜 날이라 여겼다면 지금은 좀 다르게 읽힌다.

부모 자녀 관계가 꽤 오랫동안 손상된 안타까운 경우들을 만나면서

아들 뒤에 숨어 응원하는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더 머무른다.

어느 날 동네 산책 중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달리고 있었다.

옆엔 엄마도 아빠도 없다.

다치면 어쩌나..많은 사람 틈에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걱정하는 순간. 내 뒤에서 걷느라 안 보였던 아이 아빠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아빠는 자신의 손목에 긴 줄을 매어서 뛰어다니는 아이의 손목과 연결하고

작은 아이는 목말을 태운 채 걷고 있었던 거다.

`아하~~지켜주는 아버지가 뒤에 있다는 걸 아니까 한껏 밝게 뛰어다녔구나`

어깨에 태운 아이도 아주 신난 표정이었다.

아빠보다 큰 키로 트인 세상을 마주하는 걸 보니 맘이 찡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이렇게 너른 보호 아래 자유롭게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바라봤다.

 

 

그런데 세상에는 무뚝뚝하거나 무서운 아버지. 신뢰하지 않는 아버지.

자신을 성공을 기준삼아 자녀의 현재가 성에 차지 않아

`더! 더! 더! 하며 사랑의 이름으로 자녀를 담금질하는 아버지들이 있다.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사내놈이 노력을 안해서 배짱이 없어서.

꿈이 작아서...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 앞에서 주눅들고. 자신을 사랑하기를 어려워한다.

뿐만 아니라 화와 죄책감. 무력감까지 않고 위태롭게 버티며 살아간다.

 

 

정작 마음의 거리는 아주 멀찍이 있으면서 도리를 지키느라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그 힘듦을 겉으론 표현할 용기도 없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부모님에게서 간섭 말고 인정받고 싶어요..라고

소망하지만 부모 앞에서 좌절되고 만다.

 

 

하느님은 아들 예수를 세상에 내어놓으시며

`너는 사랑하는 아들. 내 맘에 드는 아들`이라 선포하고 인정해 주셨다.

아들은 아버지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땅과 하늘 사이를 오가는

당신의 고된 사명을 이루어내셨다.

아버지는 늘 아들 뒤에서 지키신다.

그 예수님의 아버지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인것이 우리의 희망이 아닐까

 

 

그분이 강복하며 오르신 하늘 끝에서 애타게 기다리시던 하느님은

돌아온 아들을 팔 벌려 `애 썼다 내 아들! 하시며 등 토닥여주시겠지.

그 하늘은 얼마나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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