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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 아쉬운 그 보따리

수성구 2022. 5. 24. 05:53

못내 아쉬운 그 보따리

5월 넷째주 부활 제6주일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못내 아쉬운 그 보따리

(조철희 신부. 주문진성당 주임. 영동가톨릭사목센터 관장)

 

세상은 어지럽고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그래서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 차 터질 것 같고.

마음은 해결되지 않는 여러 문제들로 어지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왜 성당에 나오십니까? 질문하면 천주교 신자들의 대답 부동의1위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성당에 나와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도

좀처럼 마음의 평화를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기도할 때.

자신이 가진 복잡한 문제들을 주님께 믿고 맡긴다고 하면서도

사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그문제를 움켜쥐고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교우가 근심과 걱정을 한 보따리 가득 싸들고 성당 감실 앞에 앉아 기도한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는 무거운 근심 보따리를 감실 앞에

하나씩 차례차례 가볍게 내려놓는다.

그러나 정작 기도가 끝나갈 즈음이면 자신으로부터 떠나 있는

그 보따리가 못내 아쉬워 보이는 걸까.

 

 

이것도 내가 가져가 해결해야지. 저것도 내가 해결해야지...하며

주섬주섬 걱정과 근심을 도로 주워 담는다.

그렇게 그는 다시 힘겨운 보따리를 지고 세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주님께 온전히 맡기는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예수님의 평화로 초대한다.

반대로 스스로 꽉 움켜쥐고 있는 많은 생각은

우리를 세상의 수많은 걱정거리로 내몬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왜 마음이 산란해지는가? 그것은 생각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왜 겁을 내는가? 그것은 주님을 믿지 못해 맡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 제자들은 때가 되면

예수님을 눈으로 볼 수 없게 되겠지만 겁을 낼 이유는 없다.

앞으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신 성령을 통하여

더욱 가까이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이기에.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미 우리 안에

깊숙이 들어와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힘겹게 붙들고 있지 말고

모든 생각을 잠시 멈추어 보자.

그리고 내 안에 가장 깊숙이 머무시는 나의 든든한 보호자 성령께서

모든 것을 해결하시도록 맡겨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