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이해인 수녀)
목이 아파
자다 말고 일어난 밤
한 잔의 레몬차를 마시며
약은 먹기 싫다며
혼잣말하는데
예쁜 빛깔의 약이
나를 향해 눈을 흘기네
친구 수녀가 내 방에 들어오더니
피곤하다고 눕지만 말고
제발 좀 걸어 다니세요
누우면 죽고
걸어야 살아요
네네 알겠어요!
건성으로 대답만 할 뿐
옆에서 아무리
핀잔을 주고 충고를 해도
나는 자꾸 눕고만 싶으니
어쩌지? 정말 어쩌지?
단것을 절제하라는
의사의 충고도 무시하고
초콜릿 하나 살짝 챙겨 먹고
쑥스럽게 웃는 나
이리도 말 안 듣는 내가
스스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변명할 궁리를 하며
웃음만 나오는
어느 날의 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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