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병상일기

수성구 2022. 5. 13. 05:20

병상일기

병상일기

(이해인 수녀)

 

목이 아파

자다 말고 일어난 밤

한 잔의 레몬차를 마시며

약은 먹기 싫다며

혼잣말하는데

예쁜 빛깔의 약이

나를 향해 눈을 흘기네

 

 

친구 수녀가 내 방에 들어오더니

피곤하다고 눕지만 말고

제발 좀 걸어 다니세요

누우면 죽고

걸어야 살아요

네네 알겠어요!

건성으로 대답만 할 뿐

 

 

옆에서 아무리

핀잔을 주고 충고를 해도

나는 자꾸 눕고만 싶으니

어쩌지? 정말 어쩌지?

단것을 절제하라는

의사의 충고도 무시하고

초콜릿 하나 살짝 챙겨 먹고

쑥스럽게 웃는 나

 

이리도 말 안 듣는 내가

스스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변명할 궁리를 하며

웃음만 나오는

어느 날의 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