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좋은글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수성구 2022. 5. 9. 05:06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사람들에게 치어 상처받고 눈물 날 때,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랑하던 이가 떠나갈 때. 우리 그냥 쉬었다 가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를 만나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

 

서럽고 안타까웠던 이야기,

조근조근 다 해버리고 힘든 내 마음을

지탱하느라 애쓰는 내 몸을 위해

 

운동도 하고 찜질방도 가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떡볶이, 오뎅 다 사 먹어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극장에도 가서

제일 웃긴 영화를 골라 미친듯이

 

가장 근 소리로 웃어도 보고

아름다운 음악,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은 노래

쟁생하고 재생해서 듣고 또 들어봐요.

 

그래도 안 되면 병가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순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 그런 시간들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우리 기도해요.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리고 용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래야 내가 사니까,

그래야 또 내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제발 용서하게 해달라고 아이처럼 조르세요.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백합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깃털처럼 가볍게 스며든 인연이지만  (0) 2022.05.10
부처님께 / 정연복  (0) 2022.05.09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0) 2022.05.09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0) 2022.05.08
마음이 맑은 사람은  (0)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