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믿음이냐 사랑이냐

수성구 2022. 5. 8. 05:22

믿음이냐 사랑이냐

5월 첫째주 부활 제3주일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요한21.1-19)

 

믿음이냐 사랑이냐

(이재정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주임)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고...3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가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가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었다.

베드로가 물에 뛰든 것은 두 번째다.

풍랑이 치는 호수에서 겁에 질려 있던 베드로는 물 위를 걸어오시던 예수님을 따라

물 위를 걷다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두려움을 뒤로 하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베드로의 모습을 보면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과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은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3번이나 하시자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이걸 보아도 베드로가 예수님을 사랑 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베드로가 예수님에 대한 사랑보다 자신의 목숨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카야파의 집에서 예수님을 부인하기도 하였고.

풍랑이 치는 호수에서 두려워 떨기도 하였다.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두려움 앞에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없으면서도

예수님이 사랑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교만이자 이기심이다.

 

 

우리는 베드로와 다른 모습일까?

우리도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다.

어떤 이는 죽을 만큼 예수님을 사랑한다며 열심히 기도하고.

성실히 봉사하고. 나눔도 실천한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며 신앙에서 멀어지려고도 한다.

 

 

예수님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바라는 것을 포기하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어쩌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그래서 내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예수님을 다시 만난 베드로가 다시 물에 뛰어든 것처럼

우리도 그런 용기를 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금 용기를 내었던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사명을 부여해주신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처럼 다른 이들을 사랑하며 돌보라는 것이다.

부활이 새로운 생명으로의 탄생이라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다시 다가가

믿음을 고백하고 드러내는 것 또한 부활일 것이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삶일지라도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다시 다가가 믿음을 고백해보자.

예수님은 다시금 사랑을 나눠주시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실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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