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대를 이어야 할 텐데

수성구 2022. 5. 6. 04:59

대를 이어야 할 텐데

5월 둘째주 부활 제4주일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요한 10.27-30)

 

대를 이어야 할 텐데...

(윤행도 신부. 마산교구 경화동성당 주임)

 

사제는 목자일까. 양일까?

지난해 코롸19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몇 달 동안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미사시간에 드러나는 내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본당 교우들이 알게 되었다.

한약이나 영양제 등을 갖다주시며

`신부님. 목자가 건강해야 저희 양들을 제대로 돌보지요` 했다.

 

 

대부분 교우들은 사제를 목자라고 생각한다.

사제를 가리켜 `사목자`라고들 하니 사제는 목자인가 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시고는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는 대답에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고 말씀하신다.

 

 

네 양. 즉 베드로의 양이 아니라 내양.

즉 예수님의 양들을 돌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목자라고 생각하셨다면

네 양들을 돌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을까?

그리고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고.

자기 양들을 알고 양들도 목자를 아는데.

나는 교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용기도 없거니와 생각도 없고

교우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니 목자라고 할 수 있을까?

 

 

사제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아니라면 누구 말대로 양치기 개인인 것일까?

올해 초. 마산교구 사제서품식에서 모두 6명의 젊은이가 사제로 서품되었다.

한 해에 두세 명 정도의 사제가 배출되는 마산교구에서

올해는 많은 사제가 배출 되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사제가 배출 되는 것은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해가 갈수록 사제성소를 지망하는 젊은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 본당도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고2와 중1 두명이

예비신학생 모임에 나갔는데. 해가 바뀌니 고2녀석이 슬그머니 옆길로 새버렸다.

사제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했다.

누구는 뭐 자신이 있어서 이 길을 가고 있는 줄 아니?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씨 종자 같은 아이를 잘 돌보아서

사제의 길을 갈 수 있또록 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왔건만.

내 모습을 보고 사제를 지

지망한 아이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지난해가 환갑이었으니 이제 현직에 있을 시간도 많지 않다.

이러다가 단 한 명의 아이도 신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아닌지.

육신의 代도 잊지 못하면서 영적인 代도 잇지 못한다면

조상님들도 하느님도 뵐 면목이....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백합 > 시와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수녀님의 수도원 일기 1  (0) 2022.05.08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0) 2022.05.07
마음의 건강을 아는 법  (0) 2022.05.05
폐허에서 움트는 것  (0) 2022.05.03
사랑의 조건  (0)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