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동전의 내력.그릇의 크기-임향자

수성구 2022. 4. 20. 03:47
동전의 내력.그릇의 크기-임향자

 

양면에는

역사와 문화가 압축파일처럼 기록되었다

 

활짝 핀 무궁화를 시작으로

철갑을 두른 거북선이 등장하고

다보탑이 마음을 모은다

 

풍년을 기원하는 벼이삭

바다를 호령하는 장군은 가슴속에 살아있고

학 한 마리 날아오른다

 

손톱 크기로 작아진 다보탑

발길에 굴러가도 아무도 줍지 않는다

겨우 거스름돈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십 원

장군과 학 한 마리도 고액권에 밀려

지폐 밖에서 살고 있다

 

소원을 품고 연못에 던져지는 동전

그 많은 소원은 다 이루어졌는지

물속에서도 질긴 생명력만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돌아다닌다

평생 업이 되어버린 역마살처럼

 

동전을 받아먹던 공중전화기는 사라졌지만

카운터에 돼지 한 마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끔은 구걸하는 바구니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시인뉴스> 징검다리에서

 

 

 

그릇의 크기--임향자

 

 

장을 담아내는 종지부터

보시기 탕기 접시 대접 주발

 

사람도 그릇의 크기를 닮았다

종지처럼 속 좁은 사람이 있고

소래기처럼 품이 넓은 사람이 있다

총각김치 열무김치 배추김치를 담아내는

적당한 크기의 보시기는

두루 쓰이는 평범한 사람 같다

깊은 가슴을 가진 대접은

남의 허물도 덮어준다

유리접시는 품지 못해 소문을 흘리거나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게 한다

뚝배기는 펄펄 끓는 것도 껴안고

안으로 삭인다

 

사랑으로 그릇을 빚는 사람들

그 그릇의 깊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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