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담쟁이

수성구 2022. 4. 19. 02:30

담쟁이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백합 > 시와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길이 어찌 하나뿐이랴  (0) 2022.04.20
부활  (0) 2022.04.20
행복을 얻기 위한 기다림  (0) 2022.04.18
참으로 두려운게 시간입니다  (0) 2022.04.18
깨우침은 비우는것이다  (0)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