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음
4월 첫째주 사순 제5주일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지를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첫마음
(이재정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주임)
예수님은 여인의 죄를 묻는 사람들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말씀하시자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예수님의 질문에 가장 먼저 마음의 변화가 생긴 이들이 다름아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나이 많은 이들이 먼저 떠나갔을까?
우리에게는 첫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할 때 다짐했던 나만의 약속과 같은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알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두려운 마음과
그럼에도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첫마음을 잊어 버리기도 한다.
첫 마음을 잊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해짐일 것이다.
익숙해짐으로써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게 되고 어느 순간 잘해보겠다는 마음도
이 두려움과 함께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익숙함이 나에게도 있다.
사제서품을 받은 직후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감사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사제 생활을 하고 나서는
미사를 봉헌할 때 감사와 정성보다는 순간순간 다가오는 분심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어는 순간 내가 봉헌하는 미사에서 정성이라는 것이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익숙함이 늘어가는 것이고
어쩌면 그 익숙함으로 인해 정성이라는 첫 마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 많은 이들. 역시 삶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 정도는 괜찮아.
나만 그런가..하고 잘못에도 무뎌져 갔을 것이다.
어느 누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이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이유는
자신들 역시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하느님 앞에 떳떳하지 못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앙인에게 가장 위험한 태도가 바로 `오만함`과 `교만`일 것이다.
자신의 신앙은 뛰어나기에 타인을 비난할 수 있다는 태도는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자신의 한계와 죄를 인식하고 하느님 앞에 겸손되어 엎드리는 이가
바로 하느님 안에서 의로워지기 때문이다.
신앙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앙생활을 오래 할수록 더 성숙해져야 한다.
그 성숙함은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 존재이기에 다른 이들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항상 먼저 사랑하셨다.
우리에게는 `나이 많은 이들`이 깨달았던 지혜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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