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흙이 하는 일

수성구 2022. 3. 31. 05:39

흙이 하는 일

 

흙이 하는 일

정두리

 

비가 물이 되어

목을 적셔주고

 

햇살이 여기저기

구겨진 곳 매만지고

 

순한 바람이 잎속에 숨었다가

더위 식혀주고

 

나무야. 탄탄하고 여물게

열매를 익혀라

 

흙이 할 일은

따로 두었다.

 

이듬해 봄이 오면

씨앗을 소중하게 품어

싹을 틔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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