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어우렁더우렁 / 시골 정자리

수성구 2022. 3. 26. 05:11

어우렁더우렁 / 시골 정자리

어우렁더우렁

詩 / 한용운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 말 안 되게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



시골 정자리



시골마을 정자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된 듯하다.

안동네 정자리가 우리의 농경 사회의
마지막 모습인 듯하다.

고향처럼 가슴에 그리움을 새겨 준다.

마을마다 몇 안 되는 노인까지 하나둘 떠나고
점점 늘어나는 빈집의 적막한 풍경만이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는 듯하다.

부스럭부스럭,
머리맡에 약봉지를 먼저 챙기는 것으로
살아 있다는 안부를 서로 묻는 아침,

밤사이 감나무 집 할머니가 덜컥 병원에 실려 갔다며
마을 이장이 구부정히 그 집 대문을 걸어 잠근다.
돌아올 희망이라곤 아예 갖지 말라는 단호한 경고다.

아니나 다를까!
끝내 서역 만 리 머나먼 길을 떠났다는

부고만이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

코로나 사태로 마을 회관마저 문을 닫아
오갈 데 없으니 텔레비전과 밤낮을 동무하던
그 기척마저 사라지고 "적막이 또 한 채" 늘어났다.

이처럼 아득한 현실이 정자리 뿐일까.
슬레이트 지붕, 흙담에 굳게 닫힌
녹슬고 낡은 대문의 빈집이 
시골
동네마다 계속 늘어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세계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이 나라의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무리 가꾸고 살핀다 한들,
이웃들이 떠나 자꾸만 폐허로 변해가는 쓸쓸한
동네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큰 그늘이다.

오고 가던 온정이 그리워 우울증을 앓는가 하면
고독사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다.
바쁜 자식들은 고향을 등진 채 돌아올 기미도 없고
아이 울음소리마저 뚝 끊어진 저 늙은 빈집들,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걸까.

그믐처럼 기우는 우리의 낯선 얼굴을
섧게 들여다본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