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의 유래-옛이야기중에서

소나기의 유래-옛이야기중에서

옛날에 어떤 스님이 동냥으로 얻은 쌀을 바랑에 넣어 짊어지고 가는데,
무더운 여름날이라 땀을 뻘뻘 흘리다가 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기로 했어

때마침 농부 한 사람이 소를 부려 논을 갈다가 스님이 쉬고 있는
그 나무 그늘에 와서 함께 쉬게 되었는데

"곧 모를 내야 할 텐데 비가 안 와서 큰일이군요.
날이 이렇게 가물어서야, 원."
농부가 이렇게 날씨 걱정을 하자,

스님이 입고 있던 장삼을 여기 저기 만져 보더니,
"걱정 마시오. 해 지기 전에 비가 내릴 게요." 했어

"에이, 스님도 농담을 잘 하시는군요.
아 이렇게 날이 쨍쨍한데 무슨 비가 온단 말입니까?"

"두고 보시오. 틀림없이 곧 비가 올 거요."

스님은 비가 온다고 하고, 농부는 비가 안 온다고 하고,
서로 제 말이 옳다고 우기다가 내기를 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 내기를 해봅시다.
스님 말대로 해 지기 전에 비가 오면 내 저 소를 드리지요."

농부는 농부대로 오랜 경험이 있는지라,
이렇게 맑은 날에 갑자기 비가 올 리 없다고 믿고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농사꾼에게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소를 내기에 걸었으니
자기가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였지

"좋소이다. 소승은 가진 게 이 쌀밖에 없으니,
지면 이 바랑에 든 쌀을 모두 드리리다."

스님도 스님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 자신이 하루 종일 힘들여
동냥한 쌀을 모두 내놓겠다고 나섰다.

그러고 나서 농부는 다시 논을 갈고 스님은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지
농부는 논을 갈면서도 쌀이 공짜로 생기는 횡재수가 났다고 좋아했는데..

응~~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더니 시커먼 비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뭉게뭉게 모여들더니 곧장 장대 같은 빗줄기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어.

농부는 비에 흠뻑 젖어서 소를 몰고 나무 밑으로 왔지

농사꾼에게야 때맞춰 비가 오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농부는 내기에서 진 것보다 비가 오는 게 좋아서 싱글벙글이었어.
귀중한 소를 잃게 됐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이지

"스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갑자기 비가 올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저 입고 있던 옷을 만져 보고 알았지요."

"예? 옷을 만져 보고 안다고요? 그게 도술을 부리는 옷인가요?"

"그게 아니라, 옷이 눅눅해지는 걸 보고 알았다오.
우리는 빨래를 자주 못하니까 늘 옷이 땀에 젖어 있지요.
땀은 곧 소금이니, 물기가 닿으면 눅눅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오?

아까 내 장삼을 만져 보니 몹시 눅눅했는데,
공기 속에 이렇게 물기가 많으니 곧 비가 오리라 생각했지요."

"아, 그랬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큰소리를 치다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를 내놓을 일만 남았는지라..농부는 금세 울상이 되었지

"내기에서 졌으니 소를 드려야지요. 자, 어서 몰고 가십시오."

스님은 허허 웃으면서 소 고삐를 잡았다가 도로 농부에게 쥐어 주며,
허허"이 소를 도로 드릴 터이니 농사 잘 지으시오.

우리에게야 소가 아무 소용없지만
농사를 짓는 데 소만큼 요긴한 것이 또 있겠소?"

하고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어.
스님이 떠나자마자 장대같이 쏟아지던 빗줄기가 뚝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하늘도 금세 맑아졌지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여름날에 갑자기 쏟아지다가 뚝 그치는 비를 '소내기'라고 했다고 하는디

소를 걸고 내기를 했대서 그런 말이 생긴 것이고..
그 '소내기'가 점차 세월따라 말이 변모해서..'소나기'가 된 것이라고..

하하하~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