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겉옷을 벗어던지고

수성구 2022. 3. 3. 05:53

겉옷을 벗어던지고

겉옷을 벗어던지고 / 최인호

 

토마스칼라일은 근대 영국이 낳은 뛰어난 비평가이자 역사가입니다.
그가 37세가 되던 1832년부터 <의상철학>이라는 평론을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 탁월한 평론은 대자연과 우주를 '신의 의상'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육체는 영혼이 입은 하나의 의상이며
자연은 신의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은 신이 의상을 갈아입는 일이며
죽음은 영혼이 자신의 의상을 벗어 버리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상, 제도, 상징과 같은 것은
의상에 붙어있는 단추처럼 있지도 않는 가공의 존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칼라일의 표현처럼 우리의 육체는
우리의 영혼이 입은 하나의 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세와 허영에 의해서
우리가 값비싸고 화려하며 유행을 따르는 의상을 갈아입듯
우리는 영혼의 문제보다 번쩍이는 의상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쇼윈도의 마네킹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앞 못보는 거지 바르티매오는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간다는 말을 듯고 큰소리로
"저에게 자비를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주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 오너라" 하시자
눈먼이는 참으로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즉시 자신의 '겉옷'을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어째서 앞못보는 거지가 주님께 부르시자
자신의 겉옷을 벗어버렸는지 그것은 참으로 불가사의 한 일입니다.


눈먼이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버린 것은 칼라일이 말했듯이
자신의 허물, 즉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의상을 벗어 던진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순간 눈먼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겉옷,
즉 자신의 자아를 먼저 벗어던져 포기한 것입니다.
눈 먼이는 있는 그대로의 벌거숭이로 주님 앞에 나아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앞 못보는 눈 먼이의 위대한 믿음인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분 앞에 나선 눈먼 자들입니다.
우리가 아직 영혼의 눈을 뜨지 못하고
눈 먼자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자신의 의상,
즉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나'를 벗어버리지 못한 때문인 것입니다.


내주, 내 하느님. 나의 모든 것.
사랑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어려운 내 구세주 예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주님.
주님 앞에 나아갈 때마다 눈 먼 바르티오매처럼
겉옷을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벌떡 일어나 달려갈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하셔서 내 영혼의 눈이
심봉사처럼 활짝 열릴 수 있는 은총을 내려 주소서.


-최인호 유고집 <눈물> 중에서-

♧ 3월이 되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이 오는 소리 /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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