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묵상글

연중 1주 수요일/마르 1,29-39 <예수님 스타일로 발견하는 하느님 나라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수성구 2022. 1. 13. 05:50

연중 1주 수요일/마르 1,29-39 <예수님 스타일로 발견하는 하느님 나라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예수님 스타일로 발견하는 하느님 나라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다.”(마르 1,34)

연중 1주 수요일/마르 1,29-39

현세의 우상들이 갈수록 우리의 신앙과 정신세계를 혼탁하게 하고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오늘입니다. 이런 때에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 지름길을 상세히 알려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초기에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며,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그런 다음 새벽에 일어나시어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기도하시고”(1,35), 계속해서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십니다.”(1,39)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기도하신 뒤 말씀을 선포하시고,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주신 다음 멈추어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라 거룩한 복음을 실행할 때 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단계는 하느님 나라의 선포에 앞서 온전히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광야로 물러가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영으로가 아니면 발견할 수 없고,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나 자신을 선전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지요. 기도하지 않고 복음을 선포하려 들 때 결국은 자신의 생각이나 하느님 아닌 것을 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해 가는 사람은 누구나 먼저 하느님 안에 머물러 주님께 얼굴을 돌려야겠지요.

다음으로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전례 안에서 자신의 말이 아니라 사랑과 진리의 말씀을 선포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선포는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이며 성령께서 주시는 말씀을 선포한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이 율법에 대한 지식과 전통을 해설한 것과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선포하신 말씀을 행동으로 증명하십니다. 더러운 영을 내쫓고 병든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심으로써 하느님은 살아계시며, 우리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시는 분이심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말, 인간을 거룩한 하느님의 마당으로 들어가도록 해주는 말은 행동으로만 증명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행동방식에는 세 가지 특성이 있으니, 오직 '하느님 나라의 선포'에만 집중하여, 동료들과 ‘함께’, ‘곧바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혼자 하는 고독의 유희가 아니지요. 하느님이신 분께서 동료 인간과 ‘함께’(1,29) 병을 치유해주러 나서는 ‘함께함’의 몸짓으로 하느님 나라는 드러납니다.

그뿐 아니라 사랑은 멈춤이 없이 ‘곧바로’(1,29-30) 실행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내 할 일 다 하고 시간이 나면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나 '로맨틱한 취미거리'가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의 자유와 해방은 다른 이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고 ‘다가가’ 함께 해줌으로써(1,30) 드러나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말씀을 증명하신 예수님께서는 다시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 안에서 사랑을 행동으로 선포하고, 인간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드러내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우리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예수님처럼 잠시 외딴 곳으로 물러가 영혼의 호흡을 고르고, 함께 손잡고 ‘곧바로’ 세상 한복판으로 달려가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였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