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성인

12월 21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1. 12. 21. 04:40

12월 21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21일

복음: 루카 1,39-45: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을 받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 다음 걸음을 서둘러 친척 엘리사벳의 집으로 달려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리아는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으로 갔다(39절). 그러나 그것은 천사의 말을 믿지 않았거나 의심을 하였거나, 천사가 알려준 증거를 의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받은 약속의 기쁨으로 넘쳐, 그 기쁨에 이끌려 경건한 마음으로 봉사하기 위해서였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넘친 마리아가 발길을 서두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성령의 은총은 지체함과 게으름을 허락지 않는다. 항상 즉시 기쁘게 주님의 뜻을 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 마리아의 겸손은 그녀를 이끌어 유다 산악 지방으로 가 엘리사벳의 기적적인 잉태를 축하하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친척 엘리사벳의 해산을 보살피게 한다. 마리아는 말씀을 잉태하셨을 뿐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44절) 요한은 태어나지 않았지만 기쁘게 뛰노는 것으로 그리스도를 알아본다. 요한은 영으로 세상의 주님을 알아보고 있다. 성경에 이르기를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예레 1,5) 이 일은 큰 표징이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42절) 요한이 아직 목소리로 기쁨을 드러내고 주님을 증거할 수 없었기에 그 어머니가 말한 것이다. 주님께서 죽은 태 안에 당신 전령을 준비하신 것은, 그분이 죽은 아담 뒤에 오심을 말한다. 그분은 먼저 엘리사벳의 태에 생기를 불어넣으셨고, 그다음에는 당신의 몸으로 아담의 토양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소리로 외쳤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충만했는데, 아들 덕분에 성령을 받은 것이다. 어머니가 먼저 성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태 안에 있던 요한이 먼저 성령을 받았다. 이렇게 아들이 성화된 다음에, 어머니가 성령으로 충만해진 것이다. 마리아도 구세주를 잉태하시면서 성령으로 충만해지셨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함께하시면서 성령으로 충만해지신 것이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43절) 엘리사벳은 자기를 찾아온 마리아를 보자마자 그분이 자기 주님의 어머니임을 알아본다. 겸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굽어보는 사람은 가련한 이와 넋이 꺾인 이, 내 말을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다.”(이사 66,2) 이는 엘리사벳에게 옳은 말씀이다.

 

“행복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45절) 그러나 귀로 듣고 믿는 우리도 복된 사람들이다.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했고, 말씀을 실천하며 그 말씀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말씀을 살아, 말씀을 낳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