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지혜, 가난한 과부의 모델
다니 1,1-20; 루카 21,1-4 / 2021.11.22.;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이기우 신부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낸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에서는 올해 제37회 성서 주간을 맞아 평화를 주제로 한 담화문을 발표하였는데,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는 말씀에 따라서,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자고 전국 신자들에게 호소하였습니다. 세상은 정의가 실현되지 못해서 평화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씨앗으로 삼아 평화라는 열매를 맺고자 하기는커녕, 불의한 현실은 그대로 두면서 무기와 군대라는 힘으로만 평화를 지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에 정의의 씨앗을 뿌리고 사랑이 가득차게 하지 않으면, 세상 끝 날까지도 무기가 필요없어 지고 전쟁이 사라질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건네신 첫 인사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21.26)였습니다.
다니엘은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 앞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면 그분의 지혜가 주어질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재물과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가르치시고자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셨습니다. 하느님 없이 돈을 섬기며 살아가는 부자 청년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어렵지만, 하느님의 뜻과 힘에 따라 살아가는 가난한 과부는 자신의 전 재산도 아낌없이 바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차지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넉근히 받으셨습니다.
다니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요, 가난한 과부는 교회의 모델입니다. 흔히 우리는 돈을 쓰는 지혜보다는 버는 지혜에 목을 매달다시피 노력하는가 하면, 가난한 과부의 모범은 교회보다 부자나 신자들에게 적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천동설이 그럴 듯 보여도 지동설이 옳은 것처럼, 돈을 벌기보다 쓰기가 어렵고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돈을 더 잘 씁니다. 이렇듯 성서가 가르치는 이러한 지혜는 역설적입니다. 교회가 돈에 인색한 부자를 닮기보다는 나눔에 관대한 가난한 과부를 닮기를 바라셨던 예수님의 뜻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교회가 돈에 관해 천박한 풍조가 만연한 세상에 대하여 관대한 나눔으로 평화를 선포하기를 바라십니다. 그에 대한 명쾌한 정답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귀띰해 주고 가셨습니다. 바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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