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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수성구 2014. 4. 25. 04:30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까마득한 날에

 

정끝별

 

 

밥 하면 말문이 막히는

밥 하면 두 입술이 황급히 붙고 마는

밥 하면 순간 숨이 뚝 끊기는

 

밥들의 일촉즉발

밥들의 묵묵부답

 

아, 하고 벌린 입을 위아래로 쳐다보는

반쯤 담긴 밥사발의

 

저 무궁, 뜨겁다!

 

 

 

 

ㅡ출처 : 『제23회 소월시 문학상』(문학사상, 2008)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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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고 한도 없는

저 무궁을 뜨겁다고 하는 이의 밥은

그에게서 어떤 이미지길레

말문이 막힌다는 둥

입술이 황급히 붙는다는 둥

순간 숨이 뚝 끊긴다는 둥

일촉즉발, 묵묵부답이라고 하는지

밥을 알든 모르든

생명을 전제로 하면 그 앞에서는 엄숙해야 한다

아마도 밥으로 해서 일어난 일에 대한

추억거리라면 생존을 제일로 치겠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가져야 할 가치는

무엇으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그걸 우리는 밥이라고 했다

뜨신 쌀밥을 제일로 쳤다

지금도 그 향수에 젖은 사람들은

보리밥집에 가서도 쌀밥만 찾는다

밥 가지고 비겁한 짓하면 안 된다

 

 

 

                              詩하늘

 

 

 <시하늘 시편지> ☞ http://cafe.daum.net/sihanull/9bUn/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