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삶의 이야기

(수필) 붕어빵 1,000원에 7개

수성구 2021. 9. 29. 04:47

(수필) 붕어빵 1,000원에 7개

 

< 붕어빵 1,000원에 7개 >

 

- 정영인 -

 

우리 동네 골목에서는 붕어빵이 천원에 3개이다. 그나마 차츰 붕어빵 장사가 사라져 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디선가 붕어빵을 1,000원에 7개나 준다고 한다. 우리 동네보다 두 배 더 준단다. 그래 가지고 남는 것이 있을까?

코로나 때문에 실직한 가장이 차린 자영업자인 셈이다. 실직한 아버지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해서 그 아들이 기뻐했다는 것이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 붕어빵 2,000개쯤 판다고 했다. 아마 아버지와 아들은 해동갑이 되서 붕어빵 리어커를 끌고 밀면서 집으로 갈 것이다.

‘어유, 하루에 2,000개?’ 밴댕이 소갈지로 얼추 계산을 해보니 30십만 원쯤 되나보다. 이것저것 부대비용 다 제하고 우수리가 가지고 가정의 생계를 꾸려갈 것이다. 추운 골목에서 붕어빵을 굽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루에 2,000개씩 구우려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지. 그것도 재택근무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몇 년 사이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수억씩 버는 높은 분들 천지인데, 그들이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실직 가장과 그 아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겠는지…. 그들은 허울 무늬 말만 국민, 서민을 앞세운다. 그들이 우수리로 사는 서민들의 고단함과 애환을 알겠는지….

골목길 붕어빵 장사마져 일부에서 불량식품 신고로 그나마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갈수록 ‘~라치’가 생겨 그 또한 생업 수단으로 삼으니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갈수록 삭막한 세상은 도래하고 있다. 따끈하고 통통한 붕어빵이 식어서 시르죽은 붕어빵 같은 세상이 되어간다. 하기야 관제가 만든 숱한 말 같지 않은 일자리보다는 붕어빵 장사가 나을까 한다.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붕어빵에도 붕어가 없다. 붕어빵은 군고구마처럼 계절의 따끈한 간식거리다. 아마 붕어빵은 6,25 이후의 풀빵이 그 원조일 것이다. 풀빵하면 국화빵처럼…. 하여간에 붕어빵은 따끈할 때 먹어야 한다. 따끈하고 오통통할 때 먹어야 제법이다. 식은 붕어빵은 시르죽고 소다냄새가 진동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 골목에 작년까지 있었던 붕어빵 장사가 없어졌다. 엄동설한에다 코로나까지 겹치니 잘 안되나 보다.

붕어빵 세 마리 샀다. 천원이다. 따끈함에 손에서 가슴으로 온다. 한 개는 내가, 한 개는 집사람이, 나머지 한 개는 가위 바위 보. 어디서부터 먹을까.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데 머리부터 먹을까, 나는 주로 꼬리부터 먹는다.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겉은 아삭아삭하고 속은 달콤한 팥앙꼬가 그 풍미를 더한다. 그 옆 건물에는 ‘호떡창고’라는 신식 호떡 장사가 분을 열었다. 제일 싼 것이 1개에 1,000원, 비싼 것은 2,000원이다.

사실, 붕어빵은 낱개로 사 먹을 수 없는 빵이다. 천원에 세 개! 어찌 보면 서민들이 나누어 먹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세 식구가 한 개씩, 여섯 식구이면 2천원어치.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나 군밤은 추운 겨울철을 따끈하게 보낼 수 있는 국민의 간식거리이고 우리 문화이다. 하기야 ‘빵’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코로나로 아빠 일이 끊겨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었다’는 어느 유튜버의 아들 이야기는 왜 그리 코끝이 시린지…. 붕어빵을 굽는 아빠의 코끝에는 맑은 콧물이 대롱대롱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다. 학철부어(涸轍鮒魚)가 따로 없다. 그래도 붕어빵 천원에 7개를 팔아 2021년 소의 해에 희망을 걸어 본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일거리가 들어오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