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교리상식

성찬의 전례는 말씀의 전례에서 힘을 얻는다.

수성구 2021. 3. 4. 04:41

성찬의 전례는 말씀의 전례에서 힘을 얻는다.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05. 영원한 생명의 성사(「가톨릭 교회 교리서」 1122~1134항)

 

성찬의 전례는 말씀의 전례에서 힘을 얻는다

 

성체는 생명의 빵입니다. 생명의 빵을 먹어야 영원히 삽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할머니가 성체를 받아 그것을 세례도 받지 않은 어린 손자에게 영하게 하였다면

그 아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까요?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성체를 모독하는 행위로 할머니가 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마태 7,6)라고 하십니다.

 

마찬가지로 세례는 받았으나 치매 등으로 성체를 예수님의 몸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병자에게 성체를 영해 주어도 될까요?

성체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인지하지 못하면 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성사는 “신앙의 성사”(1122)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사가 ‘신앙의 성사’인 이유는 성사가 “신앙을 전제할 뿐 아니라”

“신앙을 기르고 굳건하게 하고 드러내기 때문”(1123)입니다. 다시 말해 성사에 참여하는 이는

일단 그 성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성사에 참여하는 목표가 믿음을 증가시키려는 의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사가 ‘믿음’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사 생활의 효과는 “신자들을 외아들이신 구세주와 근본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1129) ‘하느님 본성에의 참여’가 곧 구원입니다.

그런데 본성에 참여하려면 믿음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만약 사람이지만 늑대에게 자라 본성상 자신이 늑대라고 믿고 늑대처럼 사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어떻게 인간의 본성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인간임을 먼저 믿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전엔 그에게서 인간의 본성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가 인간임을 믿게 만들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가 전례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됨을 믿게 됩니다. 성사는 우리가 ‘하느님의 외아들은 당신 신성에

우리를 참여시키시려고 우리의 인성을 취하셨으며, 인간을 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인간이 되셨다”(460)는

사실을 믿게 만듭니다. 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었음을 믿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저를 주워왔다고 해서 제가 저의 부모의 친자식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혼이 날 때도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일주일 동안 라면만 끓여주실 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신 흔적, 즉 거칠어진 손과 발, 거기에 크게 박힌 굳은살 등을

눈으로 보고는 라면 한 끼도 부모님의 살과 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끼의 라면도

부모에게 순종하는 사람으로 저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라면은 부모가 저에게 믿으라고 주는 성체성사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성사에 참여함으로써 믿음이 생겨 자동적인 구원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합

당한 마음가짐으로 받는 사람들에게서만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1131 참조)

이를 위해 교회에 마련된 전례의 중요한 부분이 ‘말씀의 전례’입니다.

“성사는 모두 신앙의 성사이며, 신앙은 말씀에서 생기고 자라나기 때문입니다.”(1122)

 

아무리 대죄 상태에 있는 사제라 하더라도 그가 거행하는 성사는 유효합니다. 이를 성사의 ‘사효성’이라고 합니다.

“성사는 그것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의로움이 아닌 하느님의 능력으로”(1128)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사를 배령하는 이의 ‘믿음’(신앙)입니다.

 

‘말씀의 전례’가 항상 성사 앞에 먼저 거행되는 이유는 성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믿음으로 준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부활을 믿게 하려고 성경을 가슴 뜨겁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주실 때 그들도 그분을 알아보게 됩니다.

 

말씀의 전례가 성사에 대한 믿음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믿음이 생겨야 성사가 구원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말씀의 전례가 약해지면 성찬의 전례도 약해집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월 31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