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내가 사랑했던 소녀는

수성구 2021. 1. 1. 06:46

내가 사랑했던 소녀는..

 

 

 

 

내가 사랑했던 소녀는

뽀오얀 목덜미 뒤로

말총머리 흔들며

그리움 잠든

꿈길을 걸었네

 

아침이슬에 세수한 듯

눈망울은 초롱하고

동그란 이마는

가만히

보듬어주고 싶었네


앵두 입술 속

옥수수알 같은

조그만 이빨로

살포시 미소지을 때면

철부지 소년의 여린 심장은

뜨겁게 폭행을 당했네

 

하늘꽃 곱게 핀 이 계절

회상 속 공원 숲길을 거닐며

마주 걸어본 적 없는

그녀의 도톰한 손가락을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

 

 

[피터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