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인사 . 몇년전 일이다. 나와 같은 병실에 80세가 넘으신 할어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병은 깊었다. 할머니는 성경을 읽으며 지극정성으로 할아버니 곁을 지켰다. . 아침저녁으로 할어버지 가족들이 병실을 다녀갔다. . "니 아버지 이번엔 못 일어나신다. 이젠 화장실 걸음도 못하신다. 조금전에도 의사가 호스로 오줌 빼주고 갔다."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날 저녁, 할어버지 막내딸이 병실로 찾아왔다. . 지방에서 올라온 막내딸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할어버지는 말이 없었다. 막내딸은 3일 동안 할머니와 함께 병실에서 잠을 잤다. . "아빠, 나 이제 가봐야 하거든 아빠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어 김서방 출근도 시켜야하고,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해." . 그녀는 울먹이며 늙으신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빠, 옛날 일 기억나? 아빠하고 나하고, 매일 들길을 걸어서 학교 갔었잖아,

여름 장마 때면 아이들은 잔뜩 불은 개울물 앞에서 늘 아빠을 기다렸어. 감자처럼 작은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가슴에 안아 개울물을 건네주었지.. . 아빠는 사랑이 많은 선생님이었으니까, 아빠가 학교에서 숙직하던 날 기억나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내가 눈밭을 걸어서 아빠에게 갔던날, 내 발바닥 꽁꽁 얼었다고 아빠가 따뜻한 배 안으로 내발을 집어 넣었잖아, 얼마나 차가왔을까." . 막내딸은 울움을 삼키며 할아버지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딸의 울음소리에도 할어버지는 말이 없었다. . "아빠. 나 이제 가야 돼. 꼭 다시 일어나야돼. 아빠.. 꼭.." 옆자리에 서 있던 할머니가 막내딸의 손을 끌었다.

"어여 가거라, 어여. 네 아버지 다 알아들으셨을게다." 할머니는 막내딸을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할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병실안으로 들어왔다. . "조금전에 나간 아이가 우리 막내딸이라우.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요. 응석받이로 자라 지금도 아빠 아빠 하잖아요. 이제, 지 아버지 눈이나 감으면 와야지 뭐... . 아버지를 끔찍이 좋아했는데, 아버지 얼굴을 마지막 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슬펐을까..." 바로 그때,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자.. 임자.. " 할아버지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일으켜 달라고 했다. 할머니와 나의 부축을 받으며 할아버지는 한 걸음 한 걸음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 할아버지는 힘겨운 숨을 고르며 창밖을 살폈다. 창문밖, 멀지 않는 곳에 정문쪽으로 걸어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는 오른팔을 들었다. . 딸의 뒷모습을 어루만지듯 할아버지는 유리창을 쓰다듬었다. 딸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의 눈가로 눈물이 가만 가만.. 흘러 내렀다 -옮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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