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성인

축일;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수성구 2013. 12. 10. 17:05

오늘의 묵상
본당 신부로 지내다 보면 다양한 모습을 갖추어야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본당 전체를 관리하고 교우들의 영성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좀 더 의젓한 모습을 가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일 학교의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장난을 치면서 어린이나 사춘기 청소년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 모습을 보고 어린이 복사 한 명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신부님이 어떤 분인지 저는 감이 오질 않아요. 어떤 때는 개그맨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말 신부님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가수 같기도 해요. 저보다도 유치할 때가 있는가 하면 너무 무서운 어른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모습은 오직 한 가지의 목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로 ‘함께함’입니다. 교우들의 어려운 사정에 함께하고자 진지해지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하고자 때로는 미숙해지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의 삶의 방식이 대조를 이루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을 정도로 고행의 삶을 살지만,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어울리며 먹보요 술꾼처럼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두 삶은 결국 한 가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요한 세례자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은 것은, 하느님과 함께하지 못한 채 자신의 쾌락과 욕심에만 집중하는 이들에게 회개의 징표를 보여 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어울리신 것은, 하느님께서 도저히 함께하실 수 없다고 보이는 죄인들에게도 그분께서는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하신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복음을 통하여 우리 자신은 얼마나 하느님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축일;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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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Lucy-LIPPI. Filippino.  Panel.Museo dell’Opera del Duomo, Prato

 

축일;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Santa Lucia Vergine e martire

St. Lucy of Syracuse

c.283 at Syracuse, Sicily -

stabbed in the throat c.304 at Syracuse, Sicily; her relics are honoured in churches throughout Europe

Canonized;Pre-Congregation

Lucia = luminosa, splendente, dal latino(luminous, dazzling)

Name Meaning;light; bringer of light (= Lucy)

 

 

성녀 루치아(304년)는 시실리의 시라쿠제에서 태어난 귀족의 딸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신앙을 배워 익히며 자랐으나,

아기 때에 부친을 잃음으로써 곤경에 빠지기도 했지만

스스로 하느님께 동정 서원을 하고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며 성장하였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결혼 강요에 시달렸지만, 딸의 설득에 감복한 어머니가

성녀 아가다의 무덤에서 기도한 후에 딸에게 자유를 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청혼자가 집정관에게 고발했는데, 이때부터 성녀는 갖가지 고문에 시달렸다.

재판관이 그녀를 매음굴로 보냈으나 하느님께서 그녀를 요지부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했고,

태워 죽이려 했으나 그것도 성공하지 못하자, 입 속에 칼을 찔러 무참히 살해하였다.

성녀 루치아는 4세기 이래 가장 빛나는 동정 순교자로 공경받으며,

눈병을 앓는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전설이 있다.

(성바오로딸수도회홈에서)

 

 

루치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소녀들 중에는 그 성인에 대하여 알고자 노력할 때에

절망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옛날 책들은 몇 가지 사소한 전승들을 상세하게 다루어 놓은 것들이 있겠지만

새로운 책들은 이러한 전승들에 역사적인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단 하나의 사실로, 절망적인 구혼자가 루치아를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발하여

304년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에서 그녀가 처형되었다는 것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이 로마 미사 경본에 언급되어 있다는 것,

장소를 표시하는 지명에서 그녀의 이름을 땄다는 것,

대중 가요의 제목으로 그녀의 이름이 쓰여졌다는 것,

수세기를 두고 내려오면서 수천 명의 소녀들이 루치아라는 이름을 자랑으로 여겼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젊은 그리스도인 여성이 시칠리아의 이방인들과 얼마나 투쟁해야 했었는지 쉽게 상상 할 수 있다.

이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다면 오늘날 우리 주변의 이방인 세계를 둘러보고

착한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하는 데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보면 된다.

 

루치아의 친구들은 2백 년도 넘는 오래 전에 파괴되어 버린

머나먼 노예의 나라에서 은밀하게 돌아다니며 설교하던 사람,

루치아가 영웅으로 생각하는 이 사람에 대하여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한때는 목수였다고도 하는 그는

자기 백성들이 사형 선고를 내린 다음 로마 군인들에 의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루치아는 이 사람이 죽은 사람들로부터 부활했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영혼 전체로 믿었다.

그가 말한 것과 행한 모든 것에 하늘이 날인을 찍었다.

루치아는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하여 동정 서원을 했다.

이것은 그녀의 이방인 친구들 사이에 매우 큰 잡음을 일으켜 가장 절친한 사람까지도

그녀가 약간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에 순결을 지키는 것은 고대 로마인의 이상이었고,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단죄받을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무엇인가 끔찍한 것을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루치아는 초기 동정 순교자들의 영웅심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표양에 충실했고 또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고 있는 그 목수의 표양에도 충실했다.

 

 

당신이 만일 루치아라는 세례명을 가졌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수호 성인은 진실되고 뛰어난 영웅이며

당신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성녀이다.

시칠리아의 젊은 순교자의 윤리적인 용기는 304년에 밝게 빛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밝게 빛나는 등대처럼 우리의 앞을 환하게 비추어 주고 있다.

 

 

"복음은 예수께서 당하신 모든 고통과 그분에게 가해진 온갖 모욕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그러나 베들레헴에서 갈바리아까지

예수의 신적 순수성에서 비추는 광채는 점점 더 퍼져서 온 군중을 사로 잡습니다.

그분의 행동은 그렇게 큰 진실성과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딸들이여, 여러분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이 덕행을 더욱 빛내기 위하여 찾고 있는 겸손과 절제 그리고 포기가 축복받기를 ….

여러분의 행동은 정결이 가능한 덕행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덕행임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덕행은 감각을 다스리고 절제하며 기도를 통하여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 23세, IL Tempio Massimo, 수녀들에게 보낸 편지)

-성바오로수도회홈에서.

 

 

St Lucy (Griffoni Polyptych)-COSSA, Francesco del

1473.Oil on panel, 79 x 56 cm.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시라쿠사에서 순교한 것으로 본다.

옛적부터 이 성녀에 대한 신심이 거의 온 교회에 퍼졌고

그의 이름이 로마 전례의 성찬 기도(제1양식)에 삽입되었다.

 

 

성 암브로시오 주교의 저서 [동정론]에서

(Cap. 12, 68.74-75;13,77-78: PL 16[edit.1845], 281.283.285-286)

 

당신 마음의 광채는 당신 몸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줍니다.

 

백성 가운데서 나오고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동정녀의 무리에 속한 당신에게 이 말을 합니다.

당신 마음의 광채는 당신 몸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줍니다.

그래서 당신은 교회의 충실한 모상입니다. 당신께 말합니다.

당신의 방에 들어가 밤새도록 생각을 그리스도께 고정시키고 순간마다 그분의 오심을 기다리고 있으십시오.

 

그리스도께서 당신으로부터 바라시는 것이 이것이고 또 이 때문에 그분은 당신을 뽑으신 것입니다.

당신의 문이 열려 있어야 그분이 그안에 들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은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그 약속을 기필코 지키시리라는 점을 확신하십시오.

당신이 찾고 있던 분이 오시면 마주 나가 포옹하십시오.

그분께 가까이 나아가면 그분은 자신의 빛으로 비추어 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매달려서는 속히 떠나시지 말아 달라고 청하고 또 멀리하시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십시오.

하느님의 말씀께서는 빨리 달리십니다. 그분은 피곤함도 게으름도 모르십니다.

당신의 영혼은 그분의 말씀을 들을 때 마주 나아가

그분의 천상 가르침이 남긴 자국에다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분은 재빨리 지나가십니다.

 

그리고 동정녀가 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가는 임을 뒤쫓다가 놓쳤다네. 임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네."

그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셨다고 해서 그분을 부르고

그분께 애원하면서 문을 열어 준 당신을 그분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지 마십시오.

그분은 자주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십니다.

복음서에서 만류하는 군중들에게 주님은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압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

그러나 그분이 당신에게서 떠나가셨다고 생각한다면, 나아가서 그분을 다시 찾으십시오.

 

거룩한 교회가 아니라면 그리스도를 붙잡고 만류하는 법을 또 누가 가르쳐야 하겠습니까?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교회는 당신에게 이미 그것을 가르친 것입니다.

"야경꾼들을 지나치다가, 애타게 그리던 임을 만났다네. 나는 놓칠세라 임을 붙잡았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못 가시게 붙드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사슬로 묶는 폭력도 아니고 밧줄로 매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의 줄로, 마음의 끈으로, 그리고 영혼의 애정으로 그분을 붙들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를 차지하고 싶다면 그분을 끊임없이 찾고 고통으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보통 육신의 고초와 박해자들의 손아귀에서 그리스도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정녀는 "야경꾼들을 지나치다가 곧바로"하고 말합니다.

사실 박해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악의 권세에서 승리를 거두면 그리스도게서는 잠시 후

곧장 당신을 맞으러 나가시어 더 오래 시련받는 것을 허락치 않으실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를 찾아 그분을 만나게 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놓칠세라 임을 붙잡고, 기어이 어머니 집으로 끌고 왔다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던 바로 이 방으로 들어왔다네."

그런데 이 어머니의 집,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던 이 방이란 바로 당신 마음의 가장 깊숙한 곳이 아니겠습니까?

 

이 집을 간수하고 집 내부를 청소하십시오.

이와 같이 집이 일단 깨끗해진다면

모퉁잇돌에다 세운 거룩한 사제직을 위한 영적인 집이 되게 하고 성령께서 그 안에 거처하도록 하십시오.

이처럼 그리스도를 찾고 이처럼 그리스도께 애원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로부터 버림받지 않고 오히려 그분의 방문을 자주 받을 것입니다.

그분은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홈에서)

 

*성 암브로시오 주교 축일:12월7일.게시판1509번

 

 

St. Lucy and a Donor-VERONESE, Paolo

c. 1580.Oil on canvas

 

성녀 루치아는 초대 교회의 위대한 동정 순교자이며,

성녀 아가타, 성녀 아녜스, 성녀 체칠리아와 더불어 미사 통상문 중

성인들을 기억하는 감사송에 기록된 분이다.

루치아란 광명, 빛이란 뜻인데, 실상 교회의 빛이 된 그녀에게는 가장 적합한 이름이라 할 것이다.

 

*성녀 아가다 동정 순교자 축일:2월5일.게시판1604번
*성녀 아네스 동정 순교자 축일:1월21일.게시판1581번.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축일:11월22일.게시판1485번.

 

 

그녀는 전후 3백년에 걸친 장구한 로마 제국의 교회 박해 말기에

시칠이아 섬의 사라쿠사에서 태어나 디오클레시아노 황제 때 장렬한 순교를 했다.

양친은 모두 열심한 신자로, 딸을 손에 쥔 구슬같이 귀엽게 길렀다.

아버지가 일찍이 사망하자, 어머니 에우티키아는

딸의 신변을 안정시키고자 어느 귀족과의 혼담(婚談)을 승낙했다.

그러나 루치아는 이미 하느님께 몸을 바치기로 하고 종신 서원까지 발했던 터라,

그 말을 듣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아리면 오히려 그의 마음을 몹시 괴롭게 할뿐임을 생각하고,

작은 가슴을 부둥켜안고 오직 하느님의 안배하심만을 열심히 청햇다.

 

그러던 얼마 후 어머니가 병에 걸려 도무지 낫질 않았다.

그러자 친절한 이웃 사람들은 50년전에 순교한 성녀 아가카의 무덤에서는

가끔 기적이 일어나 병이 잘 낫는다며 그곳에 참배하여 성녀의 전구를 청하라고 권유했다.

이 말에 어머니는 루치아의 부축을 받아 그 무덤에 참배하고 열심히 성녀의 전구를 청하자

과연 난치의 병이 봄볕에 얼음 녹듯 말끔히 완쾌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그때 성녀 아가타가 루치아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햇다고 한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하느님께 구하여 어머니의 병을 고칠수 있는데 어찌하여 저에게 전구를 청하십니까?"

루치아와 어머니는 이런 기적에 매우 기뻐하며 진심으로 하느님과 성녀 아가타에게 감사를 올렸다.

 

 

그녀는 지금이야말로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을 절호의 기회라 생가하고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니! 이러한 큰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슨 좋은 일을 해야겠는데,

실제로 저는 오래 전부터 죽을 때까지 동정을 지킬 서원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일생을 보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말에 어머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원래 신앙의 뿌리가 굳은 그녀였는지라 기꺼히 승낙했다.

다만 결혼 준비를 위한 재산을 당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데는 반대하고

자기가 죽은 후 소원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루치아는 "선업은 죽어서 하는 것보다 살아서 하는 것이

더욱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이며, 또한 그 공로도 더 크지 않습니까?"하며

결국 어머니를 납득시켜 결혼 준비로 장만한 재물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루치아를 취할 생각이었던 귀족은 이 소식에 매우 분개하여,

그녀가 가톨릭 신자임을 파스카시오 지사에게 밀고하자 루치아는 즉시 재판정에 끌려가 배교를 강요당했다.

물론 그것에 굴복할 루치아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정당당하게 도리를 설명하며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지사는 "이 잔괴부리는 요망스러운 계집아! 정 그렇다면 고문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겁이 좀 나겟지!하고 위협했다.

 

 

그러나 루치아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재판정에 끌려갈 적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말할 것은 그때마다 마음에 임하시는 성령께서 가르쳐 주시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하자,

 지사는 조롱하는 어조로 "야, 네 마음속에도 그 성령이라는 것이 산단 말이냐?"고 다시 물으니,

그녀는 "네, 성스러운 신앙을 지닌 순결한 마음속은 곧 성령의 궁전입니다" 고 대답했다.

지사는 "그렇다면 네 정조를 빼앗고 그 궁전을 파괴해 주마!"하고 비웃으며,

루치아를 굴복시키기 위해 부하를 시켜 그녀를 요부의 소굴로 끌고 하게 하였다.

바로 그때 그녀가 하늘을 우러러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청하자,

기이하게도 그녀의 육체는 갑자기 반석과 같이 무거워져서 힘센 장정 5,6명이 밀고 끌어도

꼼짝달싹 안 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몇 마리의 소를 매달아 끌어 보았으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파스카시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그는 그 주위에다 장작을 쌓고 사정없이 불을 질렀다.

불은 거세게 타올랐으나 루치아는 불속에서도 타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마침내 극도로 당황해진 지사는 형리를 시켜 목을 베도록 했다.

그녀는 목이 베어진 후에도 오랜 시간 생명이 존속하여

그 사이 하느님을 품에 모시는 성체를 영하고 희색이 만연한 가운데 영원한 배필을 찾아서 하늘로 향했다.

(대구대교구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