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지 않는 문
시골 작은 마을 외딴집에서 어머니와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밤손님이라도 들어올까 봐 해만 지면
문고리를 이중 삼중 잠그는 게 일이었습니다.
딸은 촌구석에 풍경화처럼 묻혀 살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도시가 그립고 라디오를 들으면 상상해 온 화려한 세상에 나가 살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딸은 가슴속의 그 허황된 꿈들을 좇아 어머니 곁을 떠났습니다.
‘엄마, 못난 딸 없는 셈치세요.’
딸은 쪽지 하나 달랑 남기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가 꿈꾸던 것처럼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딸은 더 이상 갈 데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뒤에야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딸은 좁은 방에 웅크린 채 엄마의 사진을 보여 눈물을 흘리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엄마…….”
그렇게 10년이 흘러 어느새 어른이 된 딸은 병든 마음과 누추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 창 틈에선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지만 방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습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문고리를 잡아당긴 딸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하다. 단 한 번도 문 잠그는걸 잊은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는 깡마른 몸을 차가운 바닥에 눕히고 가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딸은 엄마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은 채 흐느꼈습니다.
“엄마, 흑흑…….”
딸의 흐느낌에 잠을 깬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딸의 그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 난 딸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엄마, 그런데 오늘은 왜 문을 안 잠갔어? 누가 오면 어쩌려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오늘뿐이 아니란다. 혹시 네가 밤중에 왔다가 그냥 갈까 봐 10년 동안 한 번도 문을 잠그지 못했어.”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던 딸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하루같이 딸을 기다리던 방안엔 라디오 책들도 모두 10년전 그대로였습니다.
모녀는 그 날밤 10년 전으로 돌아가 방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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