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감동의 스토리

비 내리는 밤에 어머니 전상서 |◈─……

수성구 2017. 9. 11. 08:46

비 내리는 밤에 어머니 전상서 |◈─……감동의스토리

       

비 내리는 밤에 어머니, 비가 내리고 있네요. 많이 기다렸던 비이기에 더한 정겨움으로 와 닿습니다. 어머니, 지금 이 시간, 이 캄캄한 골짜기에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슬픈 영혼을 달래듯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지금,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까만 밤 허공에다 후레쉬를 비춰보니 빗줄기가 더욱 선명하네요. 빗줄기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하얀 수직레일을 만들고, 내 영혼은 비에 파묻혀, 어머니 당신의 그리움에 묻혀, 장난감 기차를 타고 날아오릅니다. 평생을 가난으로 보낸 당신의 삶. 평생을 희생으로 보낸 당신의 삶. 어머니. 삶이 진정 무엇이길래 뼈 속 마디마디 사무치는 고생 감내하며 쉰 넷 짧은 생을 사셨습니까? 자식들로부터 마음의 병을 얻지 않기 위해 스스로 육체의 병을 숨겨야했던 당신. 철 없는 이 아들은 어머니 당신이 가신 뒤에야 비로소 어머니의 숭고함을 깨닫습니다. 비로소 어머니 당신의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어머니, 한평생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어머니 당신의 치마폭이 이제야 그립습니다. 한평생 희생으로 보내셨던 어머니 당신의 삶을 이제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 왜 그리 빨리 가셨습니까? 당신이 가야할 길 아득한데, 당신이 누려야할 행복 수 많은데, 어머니, 왜 그리 무정하게 떠나셨던가요? 어머니, 오늘같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의 등 뒤에 달라붙은 채 낮잠을 자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밭뙈기 하나에 청춘을 묻고 세월을 묻고 그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던 아, 어머니 당신의 젖은 등이 정녕 이제는 추억입니다. 먼 하늘 바라보며 땀방울 훔치던 당신의 모습이, 이제는 꿈길처럼 아득합니다. 어머니, 오늘같이 외로운 밤이면 이 아들은 가슴 속 밭 하나 일구고서 어머니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내 마음의 밭으로 와 호미를 들고 사랑을 들고 희망 하나 집어든 채 김을 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밭고랑에 앉아있던 당신은 내 기억의 전부로 다가와 당신이 앉은 자리 그 곳에는 사랑이 싹 트고 희망이 싹 트고 어머니 당신의 땀방울로 철마다 풍년이었습니다 어머니, 고갯마루 풀섶 언덕엔 어머니 당신의 발자국으로 길이 되고, 어머니 당신의 괭이질로 밭이 되고, 곡식이 자라는만큼 열매 여물어 탐스러운만큼 어느새 어머니 당신의 주름살도 함께 자라났던 고향 산골에는 이제, 당신의 잃어버린 청춘만이 당신의 잃어버린 건강만이 긴 밭고랑에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생각하면 금새 또 눈물이 흐릅니다. 내리는 빗물만큼이나 서글픈 눈물이 지금 이 아들의 눈가를 적시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아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영원한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