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수성구 2017. 8. 9. 03:37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시 와 좋 은 글 °♡。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길가에 차례 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 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 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