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2789

연옥에서 100년을 보낸 도둑

연옥에서 100년을 보낸 도둑 어느 날 메히틸다 성녀가 주님의 헤아릴 수 없이 큰 선하심을 묵상하고 있는데, 주님께서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천국에서 지복직관을 누리는 모든 영혼들 중 가장 미소한 한 영혼을 보아라. 그를 통해서 너는 나의 선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메히틸다 성녀는 천국으로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그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열심히 둘러보고 있는데 지상의 임금처럼 훌륭한 위엄을 지닌 남자가 가까이 오는 게 아닌가. 그의 얼굴은 더할 수없이 품위가 넘치고 빛이 났다. 메히틸다 성녀가 그에게, 누구이며 어떻게 그렇게도 높은 영광에 이를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지상에서 살 때 도둑이었고 범죄자였습니다. 악의가 아니라 부모에게서 물려받..

하느님 앞에 겸손하면

하느님 앞에 겸손하면 하느님께서는 아무리 죄지은 영혼이라 할지라도 당신 앞에 겸손하면 그 영혼을 거부하지 않으신다. 겸손은 하느님의 노여움을 가라 앉히고,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은총을 얻게 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시련중에서도, 영적 고독중에서도 겸손을 유지하고 있다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욥이 하였던 대로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 영혼에게 백 배로 상을 주고 내적 기도의 수준을 한층 높혀 당신과 결합하도록 이끌어 주신다. - 성 피에르 쥘리앙 에이마르 -

내 자비로운 성심에 매달려라

내 자비로운 성심에 매달려라 내 딸아, 나의 자비에 대한 신심을 전파하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하여라. 네게 부족한 것은 내가 채워 주겠다. 고통받는 인간들에게 내 자비로운 성심에 매달리라고 일러라. 내가 그들을 평화로 채워 주겠다. 내 딸아, 나는 사랑이요, 자비 그 자체라고 말해 주어라. 신뢰하는 마음으로 내게 오는 영혼에게는 그 영혼 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은총을 내려 줄 것이다. 그러면, 은총이 그 영혼에게서 흘러 넘쳐서 다른 영혼들에게로까지 발산되어 뻗어가게 될 것이다. - -

그놈의 영감탱이

그놈의 영감탱이 그놈의 영감탱이 (김진호 신부) 마리아 할머니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할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신부님. 우리 집 영감 디지라고 큰 소리로 욕 한번 했어라우.. 아니. 그러다 진짜 돌아가시면 우짤라꼬 그랬소이. 와 그랬다요? 신부님. 내 말 좀 들어보소. 그러니까 요즘 꿈자리가 사납길래 자기 전에 이불에다 성수물 좀 뿌렸는디. 그 물이 지 옷에 묻었따고 지랄지랄하길래 영감 디지라고 욕 한번 했지라우.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괜히 미안터라고요. 아이구 할머니. 잘했어. 잘했어. 그래서 속이 시원했으면 잘했어요. 할머니는 그날따라 진지한 표정으로 가슴에 성호경을 크게 긋고 내 방을 나가셨다. 이틀 후 주일날. 그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부모가 고향이다

부모가 고향이다 부모가 고향이다 (김준호 신부) 추석이다. 아침 미사가 끝나니 모두들 서둘러 돌아가고 덩그러니 사제관에 혼자 남았다. 뭐. 언제는 혼자 아니었나? 대충 저녁을 챙겨 먹고 동네 한 바퀴 산보를 나갔다. 집집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어느 집에서는 왁자지껄 큰 소리와 웃음소리까지 들린다. 그래. 고향은 부모다. 고향은 아버지다. 어머니다. 명절날 고향을 찾는 건 아버지 어머니를 뵈러 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요양원에 누워 계시니 올해는 찾아갈 고향이 없구나 조금 처연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들어보니 청정한 밤하늘에 둥그런 보름달이 훤하다. 갑자기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찬바람이 빈 가슴을 지나간다. 그래. 내일은 아파 누워있는 고향. 주름이 골골이 깊게 팬 고향. 그래도 나..

자신에게 관대하라.

자신에게 관대하라. 너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상처를 받았다. 네 자신을 드러내어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한 꺼풀 벗겨내는 양차처럼 상처 하나를 치유하고 나면 또 다른 상처를 발견하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기까지는 많은 눈물과 많은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말자.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깨달았다는 것은 그 상처를 치유할 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뜻한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 가장 힘든것은 머리가 아니라 실제로 느끼며 견디며 치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걱정하거나 이해하려 하거나 떠벌리기보다는 실제로 상처를 느끼고 아파하며 조용히 견뎌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처를 머리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마음으..

아들아. 까딱없다.

아들아. 까딱없다. 9월 넷째주 연중 제26주일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마태 21-28-32) 아들아. 까딱없다.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아픔을 가득 안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어머니와 함께 고향집 마당에 코스모스 화단을 꾸몄다. 호박돌로 경계도 지어주고 모래도 섞어 정성들여 만들었다. 코스모스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린 다음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어머니. 이제는 아프지 마시고 우리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첫 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가기 전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건강은 어떠십니까? 태풍에 농작물 피해는 없습니까? 코스모스가 비바람에 쓰러지지는 않았는지요? 아들의 물음에 ..

내 기도가 너무 셌나?

내 기도가 너무 셌나? 내 기도가 너무 셌나? (김준호 신부) 모처럼 교구 신부님들이 함께 소풍을 가기고 한 날에 하필 천호성지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나만 가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한 심정에 은근히 약이 올랐다. 에라. 비나 와라...고약한 심보가 터졌다. 하느님. 오늘 비나 내리슈... 성지로 가는 차 안에서 고개를 들고 아침부터 하느님께 기도 하닌 시비를 걸었다. 그런데 사실 아침부터 날이 심상치 않았다. 두 번깨 강의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온다. 아니. 하느님. 그런다고 제 기도를 그렇게 진짜로 들어주시나이까? 네가 비 내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소풍 간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하느님께 꼭 고자질한 것 같아서 더욱 미안했다. 강의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는 무심하게 계속..

성체 조배 시간

성체 조배 시간 성체 조배 시간을 하늘나라에 있는 시간으로 여기십시오. 그리고 조배하러 갈 때는 하늘나라에 가는 마음으로, 하늘나라의 잔치에 가는 마음으로 가십시오. 그렇게 되면 그 시간을 갈망하게 될 것이고, 그 시간은 기쁨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을 갈망하는 마음이 자라게 하십시오.(중략) 주님께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원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으로 당신 마음에서 나온 생각과 기도를 원하십니다. - 성 피에르 쥘리앙 에이마르 -

내가 기쁘게 살지 못하는 이유

내가 기쁘게 살지 못하는 이유 (김준호 신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한편 마음 아프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다. 내 경우는 그놈의 성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때로 성질 부리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내 성질대로만 살려 하니까 슬프다. 만사를 그저 내 뜻대로 하려는 데서 슬픔이 오더라. 나 자신을 . 내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성질대로 말하고 성질대로 행동하는 데서 후회가 오고 슬퍼지고 분노가 생기고 미움이 생기고 질투가 결국 내 마음이 아프다 장자의 빈 배가 생각난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