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내가 기쁘게 살지 못하는 이유

수성구 2020. 9. 20. 03:57

내가 기쁘게 살지 못하는 이유

(김준호 신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한편 마음 아프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다.

내 경우는 그놈의 성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때로 성질 부리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내 성질대로만 살려 하니까 슬프다.

만사를 그저 내 뜻대로 하려는 데서 슬픔이 오더라.

나 자신을 . 내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성질대로 말하고

성질대로 행동하는 데서 후회가 오고 슬퍼지고 분노가 생기고

미움이 생기고 질투가 결국 내 마음이 아프다

 

 

장자의 빈 배가 생각난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 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작은 여유.

조금만이라도 잠잠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잔잔한 기쁨을 아직도 맛보지 못하고 있다.

그놈의 성질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그저 담담히 조용하고 넉넉하게 기쁨으로 봐줄 만한테.

용수철 튀듯 감정을 폭발시켜 격한 표현까지 하고 나면

스스로 부끄럽고 비참하고 슬프다.

그러다 보니 내 자신에 대해서 또 화가 나고 자신이 미워진다.

그러니 어디 기쁨이 있겠는가?

 

 

자기 자신에게 성질부리는 것.

자기 생각에. 자기 욕심에. 자기 마음에.

자기가 한 일에 성질부리는 것을 멈추고

나를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열매는 기쁨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어느 스님.

잔잔한 미소와 어진 모습에 샘이 났다.

그 스님은 성질부리지 않고 사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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