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2789

가까이 다가와야 해!

가까이 다가와야 해! 가까이 다가와야 해! (엠마오로 가는 길중에서 송현 신부) 소금인형이 기나긴 여행 끝에 해변에 도착해보니 난생 처음 보는 바다가 멋지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인형이 바다와 친해지고 싶어 물었습니다. 너는 대체 누구니? 나는 바다야! 그래? 난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네가 정말로 나를 알고 싶다면 가까이 와서 날 만져 봐! 바다의 제안에 소금인형이 조심스럽게 한쪽 발을 담그자 발이 녹았습니다. 인형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야. 너 내 발을 어떻게 한거니? 아무래도 너한테 속은 것 같아!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날 더 많이 알고 싶다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야 해! 인형이 다시 용기를 내어 더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기분이 이상해졌으나 바로 그 순간 바다를..

단 한번의 자비

단 한번의 자비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돈을 점점 더 모아들일 줄만 알았지 그밖의 다른 일에는 전혀 무관심했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싶다는 한없는 욕심 때문에 심지어 그는 악마에게 자기 영혼까지 팔아넘겼다. 하루는 어느 가난한 사람이 대문을 두드리며 곡식을 한 되만 달라고 애처럽게 빌었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어느덧 노인이 된 부자는 자신도 죽을때가 다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 가난한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무덤가에 앉아 사흘 밤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시오. 내 그러면 곡식을 한 되가 아니라 열 되로 퍼주겠소. 남자는 부자에게 그리하겠다고 단단히 약속하고 열 되의 곡식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의 아내는 그 곡식으로 빵을 구워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었다. 그러자 하느님께..

성령께서 계시지 않다면

성령께서 계시지 않다면 성령께서 계시지 않다면 모든 것이 냉랭할 것입니다. 열정이 식은 것을 느낀다면 9일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령과 함께한다면 우리 마음은 거룩한 사랑으로 흠뻑 젖게 되고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성령과 함께하는 영혼은 기도의 달콤한 맛을 보게 되고 기도 시간이 짧다고 느끼며 하느님의 현존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성령께서 함께하시지 않는 영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

고교시절 그 친구

고교시절 그 친구 10월 넷째주 연중 제30주일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마태 22-34-40) 고교시절 그 친구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추수할 때의 벼 이상 냄새와 짚단 냄새가 난 참으로 좋다. 온 가족이 달려들어 고향 논에서 벼를 베고 볏단을 묶고 탈곡을 하던 그 옛날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추수의 기쁨은 삶의 기쁨이며 보람이다. 수확의 본질이 은총이라면 신앙의 본질은 사랑과 감사다. 사랑의 향기는 추수의 향기처럼 그윽하고 깊다. 어릴 적 부모님의 농사를 도우며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운 적이 많았다. 삶이 우리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사랑은 아픔과 좌절까지 끌어안고 삶을 다시 일으켜준다. 넘어져도 다시..

그 어느 때 보다 외롭다

그 어느 때 보다 외롭다 (탁은수 베드로 언론인) 타조는 맹수에 쫓기면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는다고 합니다. 눈을 가려 위험을 아예 보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지요. 이를 빗대 터조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현실을 바로 보기보다 경고에 귀를 막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현상입니다. 진실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현상으로는 확증편향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태도입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를 보고 시비를 거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문명과 경제 성장을 이룬 인류가 지구를 평정하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통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의 영역까지 도전하다는 책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등..

깨끗한 마음

깨끗한 마음 깨끗한 마음 (김원용 베드로) 경부선을 타고 온 아들 가족과 하늘공원 봉안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토요일 아침. 먼저 온 아이들이 작은 두 손을 모아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가에도 따뜻한 가을볕이 함께 머물고 있었다. 가을 볕에 곱고 물든 나뭇잎이 아름다운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면 하느님께서 두 팔을 벌려 맞이하고 계신다. 이곳은 슬픔과 아픔의 영혼들을 달래며 먼저 돌아가신 분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며. 하느님 품안에서 기도하는 영혼의 안식처이다. 이곳 묘원에 고모님 부부와 삼촌 부부도 모셨기에 낯설지 않으며 늘 함께 계시는 곳이기에 언제 온다고 해도 주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다. 이곳은 하늘로 먼저 올라가신 분..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10월 첫째주 연중 제27주일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 어밋돌이 되었네 (마태 21-33-43)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신은근 신부. 마산교구 신안동성당 주임) 사냥개 한 마리가 두 사냥꾼을 바쁘게 따라가고 있다.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다른 사람은 왼쪽으로 사라졌다. 사냥개는 서슴없이 오른쪽 사람을 따라갔따. 주인이 누군지 판가름 나는 순간이다. 믿음을 선택한 이들은 나름대로 충실히 신앙의 길을 간다. 계명을 지키려 힘쓰며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하지만 시련을 만나면 흔들린다. 고통이 길어지면 망설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신앙생활을 떠난다. 믿음의 갈림길에서 세상은 그에게 속삭인다. 뭘 그래. 제 ..

부활하시다

부활하시다 (요한 20.3-10)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 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정리 정돈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책상도 그랬고 이부자리도 그랬습니다. 늘 여기저기 늘어놓기만 했습니다. 제 손만 닿으면 깨끗하던 집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예전만 해도 뒤치다꺼리는 모조리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자식 사랑에 군말없이 치워 주셨지만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물론 어머니에게도 미안했지만 저 자신에게 더욱 미안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반듯하지만 사제관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언젠가부터 그 일을 혼자 감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분노와 복수를 맡기다

분노와 복수를 맡기다 (이제민신부님의 주름을 지우지마라 중에서 )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를 주제로 한 고전소설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앞둔 젊은 주인공이 그 여인을 사랑한 친구의 음모로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외땀섬에 갇히게 된다. 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단 하나.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 같은 섬에 갇힌 죄수 한 사람이 탈출을 하려고 몇십 년을 두고 감방의 바위벽을 조금씩 긁어 통로를 만들어 나갔는데. 벽이 뚫리고 들어간 곳은 기구하게도 바깥세상이 아니라 이 젊은이가 같힌 방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몰래 통로를 기어 왕래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죄수는 늙은 사제였다. 젊어서 들어왔지만 노인이 되었다. 그의 늙은 모습은 주인공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젊은이는 현명..

당신은 사명자입니다

당신은 사명자입니다 [당신은 사명자입니다] 사람에게는 네가지 중요한 만남이 있다. 4M 즉 Master(주인), Mate(배우자), Men-tor(스승), Mission(사명)이다 창조주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은 사명이 있다. 화초는 아름다운 꽃을 통해,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과일은 아름다운 맛으로, 짐승들은 고기와 가죽과 털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준다. 특별히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 특별한 목적과 사명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다. 사람은 3번 태어나야 한다. 육신의 태어남과 영적 탄생, 그리고 사명을 발견하는 것이 세 번째 태어남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사명을 발견할 때 비로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 (마태오5,13-14) 하느님은 사명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