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2789

준주성범 제3권 - 제16장 하느님께만 구할 참다운 위로

준주성범 제3권 - 제16장 하느님께만 구할 참다운 위로 준주성범 제3권 제16장 하느님께만 구할 참다운 위로 1 제자의 말 제게 위로가 되리라 여겨지는 것들이 지금 이곳이 아닌 후세에서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위로를 다 가지고 모든 쾌락을 다 누릴 수 있다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저는 조금도 의심치 않습니다. 내 영혼아,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시고 겸손한 이들을 거두어들이시는 하느님 안에서가 아니면 아무런 위로를 누릴 수가 없고 완전히 쉴 수도 없다. 내 영혼아, 조금만 참아라.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바를 기다려라. 천국에서 만선 만복을 풍성히 누릴 것이다. 현세의 것을 과도히 탐하면 영원한 천상의 것을 잃을 것이다. 세상 것은 필요한 만큼만 쓰도록 네 마음을 다스..

그 신부의 갈라진 발

그 신부의 갈라진 발 10월 셋째주 연중 제29주일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마태 28.16-20) 그 신부의 갈라진 발 (최재도 신부. 마다가스카르 선교) 선교사의 삶은 참으로 멋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에게 다가가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언어의 능력이 있고. 학교. 병원. 성당을 뚝딱뚝딱 지어 낸다.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찬란하고 멋있어 보여 나 또한 선교사로 자원했는지도 모른다. 바오로 사도는 이야기 한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가까이에서 바라본 선교사들의 삶이 과연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울까? 최소한의 비바람만 막아주는 시설에서..

내 자식이 아니로구나

내 자식이 아니로구나 내 자식이 아니로구나 (김준호 신부) 오랫동안 교구청에서 근무하다가 모처럼 본당 사목을 하게 됐다. 역시 사제는 사목자로서 신자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어느 해 성목요일. 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되는 성유축성미사에 본당 교우들과 함께 참석했다. 교구장 주교님이 주례하는 중요하고 큰 전례에 본당 교우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교회를 더 잘 이해하고 신심을 돈독히 라 수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날은 교구 내 모든 신부님들이 사제서품 때의 서약을 갱신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날을 사제들의 생일이라고 한다. 미사후 많은 교우들이 자기네 본당 신부님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나도 우리 본당 교우들에게서 멋진 꽃다발을 받았다. 소위 사제들의 생일. 처음으로 받는 꽃다발이 고맙고..

신앙인은 구도자(求道者)인가?

신앙인은 구도자(求道者)인가? “청하여라, 찾아라, 문을 두드려라!” - 祈福신앙과 求道신앙 사이 갈라 3,1-5; 루카 11,5-13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2020.10.8.; 이기우 신부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10월이 교회적으로는 묵주기도의 달이자 전교성월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문화의 달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체성과 관련성 그리고 사도직이라는 우리 구원의 정통 주제들을 지난 성모 승천 대축일 이후부터 시작하여 9월의 순교자 성월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본 데 이어서 이 달에는 문화의 복음화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단군왕검께서 이 땅에 나라를 세워 문명을 이룩하신 이래 이 겨레를 움직인 정신적인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개천절에 그 힘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뜻이었다..

고요를 즐기다

고요를 즐기다 고요를 즐기다 (주름을 지우지마라 중에서 이제민 신부) '> 가족이나 친구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며 외로움을 타는 노인들이 많다. 하지만 노인의 경지에 들면 술과 노래와 떠들썩한 어울림이 인간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는 몸에 익힌 인내와 자기희생으로 외로움을 너그러움의 덕으로 승화시킬줄 안다. 인내와 자기희생과 너그러움의 덕을 쌓지 못한 젊은이가 노인보다 더 외로울 수 있다. 병약한 노인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외로움을 달랜다는 명목으로 떠들썩한 소리로 그들의 마음을 채우려 하는 것은 자칫 늙음에 대한 결례일 수 있다. 그들의 고요를 깨뜨리기보다 그들의 고요 속으로 스며들면서 그들의 고요를 듣고 그들의 고요를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께 귀 기울이듯..

한 가지 은총에 충실하면 또 다른 은총을 받는다

한 가지 은총에 충실하면 또 다른 은총을 받는다 제게 덕의 실천은 감미롭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내적 싸움이 얼굴 표정에 드러났지만 차츰 이런 느낌이 사라졌으며 첫 순간부터 자아포기를 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예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진 사람은 더 받아 풍성해질 것이다.' 한 가지 은총을 충실히 받으면 주님은 또 다른 무수한 은총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

장작 한 다발

장작 한 다발 (김준호 신부} 꾸르실료 강의를 마치고 원로 신부님들과 파견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막 제의를 입으려 할 때 안내실직원이 들어왔다. 신부님. 본당에 병자성사 신청이 들어왔답니다. 빨리 오시랍니다. 병자성사? 가만있자. 누가 돌아가시려 하나? 마리아 씨도 아직은 괜찮고. 바오로 할아버지는 어제까지 괜찮았고. 시몬 형제도 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어제 방문했던 교우들을 기억하면서 나는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계시던 원로 신부님이 큰 소리로 나무라신다. 아니. 이사람아. 종부가 났다는데 빨리 가지 않고 뭐 하는가? 익은 감도 떨어지고 땡감도 떨어지는 법인디 자네가 뭔데 사람을 손가락으로 세웠다 뉘었다 하는가? 당장 뛰어가게.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제의방을 나오면서도 고개를..

신부가 치른 곤욕

신부가 치른 곤욕 이탈리아의 영성 신학자 존 퓔렌바흐 신부는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유능한 의사 한분을 알고 있었는데 그 역시 가톨릭 신자였다. 어느 날 퓔렌바흐 신부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을 데리고 그 의사를 찾아갔다. 신부가 의사에게 이 여인이 회복될 수 있을지 물었다. "신부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입니다." 의사의 말에 신부는 순간 기가 막혔다. "이봐요, 의사 선생. 그게 의사로서 할 말이오?" 그러자 이번엔 의사가 화를 내며 되받아쳤다. "신부라는 분이 기도에 대한 믿음이 없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나는 대단히 신앙 깊은 신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이 여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기도만이 이 여인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기도를 드리기 전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언제나 좋았어요. 함께 기도드릴 때마다 저는 언제나 그 모습을 가만히 훔쳐보곤 하였지요. 눈이 무겁게 감기셔서 앞을 제대로 못 보는 어머니가 묵주를 들고 그곳에 입을 맞추고 아주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작으면서도 그렇게 힘찬 성호를 긋는 모습은 언제나 제겐 놀라움이었습니다. 어머니, 십자가를 긋는 그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온 생애를 다하여 거룩한 마음으로 성호를 그었던 사람만이 이룰 수 있었던 십자가를 어머니는 이마에, 가슴에, 두 손에 그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돌아가신 그날까지 기도를 드리셨으니 어머니, 어머니야말로 생애의 마지막까지 기도를 드리신 성도가 아니었습니까. - 소설가 ..

가두선교. 이런 짓 왜 하냐!

가두선교. 이런 짓 왜 하냐! 10월 둘째주 연중 제28주일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마태 22.1-14) 가두선교. 이런 짓 왜 하냐! (김주현 신부. 부산교구 문현성당 주임) 본당에서 가두선교 나갈 때 몇 번 함께한 적이 있다. 요즘은 차와 다과만 전하는데도 뿌리치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이런 짓을 왜 하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감사해하며 차를 받아가는 분. 차를 마시면서 성당에 관해 이것저것 묻는 분. 사실 냉담 중인데 다시 성당에 가겠다는 분도 있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로 어떤 임금은 혼인 잔치 초대 이야기를 하셨다. 임금이 종들을 통해 사람들을 혼인잔치에 초대했지만 거부하자 자격에 상관없이 길거리에서 아무나 데려오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