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2789

아름다운 침묵

아름다운 침묵 아름다운 침묵 (김준호 신부) 사제로 살면서 많은 죽음을 본다. 어쩌면 그렇게 죽는 모습. 죽음의 모습이 천양지판인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유독 생각나는 죽음이 있기 마련인데. 이맘때가 되면 마리아할머니의 죽음이 생각나곤 한다.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마리아 할머니는 군산 해망동 산중턱 판자촌에서 평생 조개껍질 까는 일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사셨다. 사시장철 바닷바람이 거센 바닷가 산중턱의 판잣집. 그 어려운 처지에서도 꼬박꼬박 교무금하며 매주일 적잖은 봉헌금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더러는 용돈 쓰라고 꼬깃꼬깃 몇 천원을 손에 꽉 쥐어주시던 그 정성스러운 손길. 수년이 흘렀거만 지금도 따스하게 생각난다. 할머니의 손은 닭다리같이 거칠고 투박했지만. 그 따스함은 부드럽게 내 마음을 감싸주었다. 마..

평화를 지닌 사람

평화를 지닌 사람 평화를 지닌 사람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평화를 지닌 사람입니다. 만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주님께서 주시는 시련으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사랑을 다하여 그를 대하십시오. 틀림없이 사랑이 싹틀 것입니다. 나를 반대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 사람 또한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보내주신 사람입니다.

성체께로 오라

성체께로 오라 예수님께서 성체를 약한 자와 강한 자를 위한 빵으로, 죄를 치유하는 약으로, 악마에 대적하는 강력한 무기로 만드셨다. 그래서 성체는 부활에 대한 연속적인 기적이며, 연약하고 고통당하는 육신을 지닌 그분의 생명에 대한 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영원한 제물이요 그대의 살아 있는 빵이요 베일에 둘러싸인 예수님이신 성체께로 오라! 그러면 그분 곁에서 그대는 빛과 사랑과 은총, 그리고 선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을 찾게 되리라. 예수님께서는 진리요 사랑이시다. - 성 피에르 쥘리앙 에이마르 -

악습을 몰아내는 덕행

악습을 몰아내는 덕행 사랑과 인내가 있는 곳에 두려움도 무지도 없습니다. 인내와 겸손이 있는 곳에 분노도 흥분도 없습니다. 기쁨과 더불어 가난이 있는 곳에 탐욕도 욕심도 없습니다. 고요와 묵상이 있는 것에 근심도 분심도 없습니다. 주님께 대한 경외심이 있는 곳에 원수가 침입할 틈이 없습니다. 자비심과 깊은 사려가 있는 곳에 경박도 고집도 없습니다. - 성 프란치스코 =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10월 첫째주 연중 제27주일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 어밋돌이 되었네 (마태 21-33-43) 주인이 판가름 나는 순간 (신은근 신부. 마산교구 신안동성당 주임) 사냥개 한 마리가 두 사냥꾼을 바쁘게 따라가고 있다.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없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다른 사람은 왼쪽으로 사라졌다. 사냥개는 서슴없이 오른쪽 사람을 따라갔따. 주인이 누군지 판가름 나는 순간이다. 믿음을 선택한 이들은 나름대로 충실히 신앙의 길을 간다. 계명을 지키려 힘쓰며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하지만 시련을 만나면 흔들린다. 고통이 길어지면 망설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신앙생활을 떠난다. 믿음의 갈림길에서 세상은 그에게 속삭인다. 뭘 그래. 제 ..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 오 로사리오, 마리아가 축복하신 감미로운 구슬 우리를 하느님과 만나게 하고 천사들과 하나되게 이어주는 사랑의 고리 지옥의 공격에 맞서는 구원의 탑 모든 난파선에 안전한 항구인 너에게서 나 이제 더 이상 벗어나지 않으리라. 죽음의 순간에 너는 우리의 힘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삶의 마지막 입맞춤을 너에게 바치리라. - 복자 바르톨로 롱고 -

잊을 수 없는 체험

잊을 수 없는 체험 복자 비오 9세 교황(1846-1878년 재위)가 어린 시절에 체험한 수호 천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집에는 작은 경당이 있었으며, 어린 비오는 매일 미사가 봉헌될 때마다 복사를 서야 했다. 그날도 사제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고, 그는 제단의 가장 아래 계단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데 성찬 전례 중 갑자기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은 제단 맞은 편을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시선이 향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자기에게로 오라며 비오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어린 비오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빛나는 형상은..

예수님의 가슴에 기대어

예수님의 가슴에 기대어 매 순간 단순하게 살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갖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과거를 잊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힙니다. 우리가 실망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예수님의 가슴에 기대어 조용히 쉬지 않고, 안달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습니다. - 성녀 소화 데레사 -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김준호 신부) 갈수록 유아세례를 받는 아기들이 줄어든다. 올해 주일학교 입학생이 딱 한 명이라는 보좌신부님의 보고를 받았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보도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녀 신앙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고령화되어 가는 교회. 사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늦었다. 오늘 모처럼 세명의 아기들에게 유아세례를 주었다. 큰 수확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예쁜 아기들에게 정성을 다해 세례를 주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아기들. 하느님께서 축복으로 주셨으니 당신들 뜻대로만 키우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잘 키워주세요. 아기를 바라보는 젊은 부모들의 눈길이 행복과 기쁨과 희망으로 ..

하느님의 천사들

하느님의 천사들 어느 원로가 하느님께 악마를 보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래도 원로는 고집하며 "주여, 당신 은총으로 저를 보호해 주실 수 있잖습니까!" 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그의 눈을 열어 주사, 악마를 보게 해 주셨다. 그가 보니 어떤 사람을 악마들이 벌떼처럼 악착스레 따라다니고 있었고, 그 사람 주위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천사들이 악마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