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수성구 2020. 9. 30. 05:43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생명의 바통을 넘기다

(김준호 신부)

 

 

갈수록 유아세례를 받는 아기들이 줄어든다.

올해 주일학교 입학생이 딱 한 명이라는 보좌신부님의 보고를 받았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보도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녀 신앙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고령화되어 가는 교회. 사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늦었다.

 

 

오늘 모처럼 세명의 아기들에게 유아세례를 주었다.

큰 수확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예쁜 아기들에게 정성을 다해 세례를 주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아기들. 하느님께서 축복으로 주셨으니

당신들 뜻대로만 키우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잘 키워주세요.

 

 

아기를 바라보는 젊은 부모들의 눈길이

행복과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나도 덩달아 기뻤다.

 

 

 

 

 

 

 

 

세례식을 마치고 사제관에 들어와 잠깐 쉬려고 하는데

수산나 자매가 숨을 헐떡이며 급하게 뛰어온다.

신부님. 저의 아버님이 급하십니다.

지금 막 돌아가시려 해요.

나는 병자성사 가방을 챙겨들고 병원으로 달려갔따.

올해 일흔 두 살인 베드로 형제님.

오랜 시간을 병원과 집을 왔따 갔다 하면서 고생하다가

제 세상을 떠나려 하신다.

평생을 조용하게 살아오신 것처럼 임종도 고요하시다.

병자성사도 받고 가족들 기도 속에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수분 전에 새롭게 생명을 시작하는 아기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는데

수분 후에 세상을 떠나는 형제에게 병자성사를 베풀었다.

생과 죽음을 불과 수분사이에 한꺼번에 본 것이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으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아기와 하느님이

주셨던 삶을 마치고 세상을 떠나는 한 노인.

마침 인생을 인수인계하는 것 같다.

생명과 죽음이 서로 바통을 건네주고 받는 것만 같다.

 

 

잘 살아라.

생명의 바통을 갓 태어난 아기에게 건네주시듯.

베드로 할아버지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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