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2789

나를 위한 빵

나를 위한 빵 나를 위한 빵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요한6,35)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는 창조로, 모세에게는 목소리로, 아브라함에게는 양심으로, 엘리야에게는 체험으로, 야곱에게는 친교로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셨습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신 듯,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당신 현존을 드러내셨으며 그분의 심오한 계시를 통해 성부로, 그분의 충만한 봉헌을 통해 성령으로 현존을 드러내셨습니다. 충분할 것입니다! 자신의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게 이제는 만남의 약속과 장소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찾고자 하는 원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도 하느님의 창조력, 그분의 창조력은 우리 가운데, 우리 가까이, 우리 앞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안에 당신의 현존을..

열려진 문

열려진 문 열려진 문 한 아주머니는 전화에 대고 울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저보고 무조건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상했습니다. 저에게 감사할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부끄러운 과거를 밝혔을 뿐입니다. 그러자 그 부인이 말했습니다. 자기에게 아이가 셋이 있는데 그중에 한 아이가 가게에서 자꾸 돈을 훔친답니다. 얼마나 밉고 속상한지 모른답니다. 용서하고 사랑하려 해도 뒤돌아서면 또 밉고 속상했답니다. 그런데 신부님도 어렸을 때 돈을 훔치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자기 아들이 저절로 용서가 되더랍니다. 그러면서 그 부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아들을 이해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뜻으로 제 얘기를 썼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 내용을 보고 은혜를 받았습니다. 감추..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3월 셋째주 사순 제5주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0-33)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부주임) 몇 해 전. 명절을 맞아 본가에 갔다가 우연히 옛날 앨범을 보게 되었다. 디지털카마라나 스마트폰이 없던 옛날에는 인화한 사진이 모아진 앨범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부모님과 앨범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어릴 적 모습. 부모님의 젊은 시절...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본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컥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모님이 많이 늙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체격이 좋았던 아버지는 예전보다 팔. 다리도 많이 얇아지셨고 참 예쁘셨던 어머니 눈가에도 어..

낭비한 시간

낭비한 시간 낭비한 시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쓸데없는 후회 속에서 낭비되고 있습니까? 우리는 통회의 기도를 바치면서 곧바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대신 후회로 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왔습니다. 절대로 과거로 돌아가지 마십시오. 우리가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이나 말에 대해 되씹고 후회하느라 멈춰 서지 마십시오. 우리는 매우 약한 피조물들이므로 현재에 사는 것이 무엇보다 현명한 일입니다. 시간낭비의 또 하나의 형태로 백일몽이 있습니다. 즉, 우리는 가상의 대화를 계속하거나 만족할만한 이런저런 지위에 있는 자신을 상상합니다. 이는 우리 마음을 약하게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안달입니다. 안달하며 서두른다고 해서 결코 시간이 절약되지는 않습니다. 유명한 외과 의사가 중대한 수술을 해야 할 때 주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오늘도 살아 있음의 이유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세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늘 소중히 여기세요. 그리고 건전한 애착과 관심의 끈으로 꽁꽁 묶어 놓으세요. 인간의 삶이란 고뇌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감사함과 소중함을 마음에 되새기기 위해서니까요. 삶의 바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향하든 거쳐야 할 정거장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어느 정거장에서 멈출 것인지, 어느 정거장에서 뒤돌아설 것인지, 다음 정거장을 언제 갈 것인지 그게 중요할 뿐입니다. 삶이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 한 아니, 당신이 삶을 배반하지 않는 한 누가 뭐라고 시비를 걸어도 당신의 삶은 그대의 것이니까요. - -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환경, 평범한 생활 그리고 그들의 집이 아닌 곳에서 하느님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수행하고 있는 일들은 모두 하느님의 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하늘에 계신 동시에 우리 마음과 영혼 안에도 계시며, 우리의 응접실에도 계시고 우리의 부엌에도 계신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꿈만을 꾸면서 일생을 허비하거나 결코 오지 않을 커다란 희생의 기회를 기다리지는 맙시다. "아, 내게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 재주가 있다면 난 얼마나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그러나 망상입니다. 우리의 성덕은 현재 우리의 생활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 가까이 있는 일들을 하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더 많은 일들을 주실 것입니다...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어!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어!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어! (엠마오로 가는길에서 송현신부) 수십 년 동안 왕에게 충성을 바친 영국의 한 신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충직한 신하를 왕은 슬픈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왕은 그를 그냥 떠나 보내기가 안타까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신하여! 자네가 일평생 충성스럽게 나를 받들었으니 나도 뭔가 보답하고 싶네.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보게 죽어가던 신하가 용기를 내어 애원했습니다. 왕이시여! 저를 하루만 더 살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왕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나. 자네가 요청한 것은 내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 오직 하느님만이 불사불멸의 생명을 주실 수 있다네. 이 말을 들은 신하는 세상을 ..

하느님의 뜻이 하느님의 전부이십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느님의 전부이십니다 모든 고통과 기쁨은 다 그분께서 직접 보내주신 것이라고 받아들이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삶은 지속적인 영성체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성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현실입니다. 하느님은 분열되신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느님의 전부이십니다. 그분은 모든 것 안에 전체로 계시고, 모든 것은 다 그분의 사랑이 쏟아져 나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고통 받는 그 상태에서, 그렇게도 견디기 어려운 피로 속에서 그분께 영광을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 성녀 삼위일체의 엘리사벳 -

어린아이가 된다는 것

어린아이가 된다는 것 어린아이가 된다는 것 하느님은 결코 우리의 삶에서 떠나 계시지 않고 그러실 수도 없으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 있고 그분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 진리를 습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비록 우리가 빠지더라도 그분의 영원한 신적 현존 안에 빠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눈을 감고 하느님의 바다를 항해하기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신앙행위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하느님 안에서' 이 항해를 생활화하기를 터득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도 평온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지없이 사랑하나이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 하느님은 나의 반석, 나의 성채, 내 구원자시오니 (중략) 죽음의 밀물에 이 몸은 말리우고 멸망의 급류에 아찔하였나이다.... 막다른 골에서 하..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습니다. 태양에 반사되어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때로는 초승달이나 그믐달이 되어 적게 비추고, 때로는 반달이나 보름달이 되어 환히 비추기도 합니다. 적게 비추든, 많이 비추든, 그렇게 달은 밤마다 자신이 어둠을 밝히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스스로 말씀의 빛을 비추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주인공이 되시어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도록 해야합니다. 초승달처럼 부족하게 비출때도 있고 보름달처럼 환하게 비출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게 비춘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고 많이 비춘다고 자만할 것도 아닙니다. 얼마나 비추는지가 아니라 달처럼 나날이 꾸준히 비추는 것이 중요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