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수성구 2021. 3. 17. 05:42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3월 셋째주 사순 제5주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0-33)

 

부모님과 앨범 보던 날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부주임)

 

몇 해 전. 명절을 맞아 본가에 갔다가 우연히 옛날 앨범을 보게 되었다.

디지털카마라나 스마트폰이 없던 옛날에는 인화한 사진이 모아진 앨범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부모님과 앨범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어릴 적 모습. 부모님의 젊은 시절...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본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컥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모님이 많이 늙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체격이 좋았던 아버지는 예전보다 팔. 다리도 많이 얇아지셨고

참 예쁘셨던 어머니 눈가에도 어느새 주름이 하나둘 자리하고 있었다.

 

 

예수께서 밀알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할 때면

희생의 가치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람들일까. 아니면 훌륭한 삶을 살아간 성인들일까.

물론 그분들 중에도 훌륭한 사람들은 참 많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희생을 보여주신

훌륭한분은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계셨다.

바로 나를 낳고 기르신 부모님이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삶 자체를

그대로 바친 부모님의 희생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밀알의 마음을

배우기 위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내가 왜 이웃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

내가 왜 밀알처럼 살아가야 하는가? 그 이유는 나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씨앗 하나로 우리에게

참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가르쳐 주신다.

밀알 하나가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내 이웃을 위한 나의 밀알 같은 마음은

이 세상뿐만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도 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기회가 온다면. 또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 희생이. 그 사랑의 정신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 안에 고이 간직한 한알의 밀알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마음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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