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나무처럼 걸어가야 하리

수성구 2014. 3. 24. 16:26

나무처럼 걸어가야 하리

 

 



봄비가 오고 있다.
이제 봄꽃들이 따라오겠지
물기를 한껏 품어 더 깊어지면 저 숲이
내 마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들이 비에 젖어 색깔이 깊어지면
어린잎들에게는 그 맑음이 더해진다

 


나는 나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와도 거짓이 없는 담백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옳음 때문에,
사랑 때문에,
함께 살아가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충돌하곤 한다
그 무수한 깎임의 이유는 사랑 때문이다
내가 너보다 위에 설 수 있기 위해서,
내가 더 잘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난 그것이, 그것이 믿고 싶다

 


오늘 후배에게 싫은 소리 좀 했다
솔직하지 못하고,
건방져 보였기 때문에,
그에게 비춰진 부정직함은
또 다른 내 얼굴이었다
내 안엔
곱디고운 봄비에도
풀어지거나 부드러워질 수 없는 거침이 있었다
이 완고함이 사랑이라는 탈을 쓰고
진실 같은 거짓을 얼마나 휘둘러 댔을까
생각할수록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는 분명 진실을 살고팠는데....
대체 이게 무언가
다른이에게서 보이는
황폐한 내 모습을 받아 안기가 너무 버겁다

 


거센 추위와 매서운 바람과 함께
겨울 한가운데 있던 나무들이
봄비 한줄기에 저렇게 충일감에 젖는 것처럼
과연 나에게도 그런 때가 올까?

 


나도 저 나무처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봄비에 젖을 그날을....
매서운 바람에게 거짓을 날려 보내고,
추위에 모든 허울을 벗고 근워너에로 다가갈 그 순간을...
사랑 한줄기에도 흥겨울 만큼
감사로운 마음을 지니기 위해서는
나무의 조용하고 지리한 기다림을 배워야 하리
나무 안의 가득한 갈망이 꽃망울을 터뜨린 것처럼
내 안의 그리움이 사랑을 맺어야 하리
그러다 보면
저 여린 잎의 맑음이 그의 것만은 아니리.


- 김선명 스테파노 수사, 마음싹이 움트는 그림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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