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 있느냐?
성경 창세기에 보면, 어느 날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묻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창세 3,9)
하느님께서 카인에게도 묻습니다.
“카인아 네 아우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
하느님께서는 똑같이 우리 각자에게도 묻습니다.
“○○야, 너 어디에 있느냐?”
내가 지금, 어느 세월에,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하느님께 나의 삶의 소재를 자주 알려드려야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하느님께 나 자신을 자주 숨겼습니다.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내 인생살이,
그 행선지를 자주 알려야 하는데도
나는 자주 무단외출을 해 왔습니다.
나 자신의 처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 사는 모습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의 생각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피해 숨었습니다.
“살기가 바빠서, 아쉬운 게 없어서,
몸이 좀 피곤해서, 기분이 나빠서…….”
이런 저런 핑계들을 생각하면, 내 안에 나 자신을 속이고 하느님을 속이는
자기기만 내지는 오만이 도사리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하느님 안에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 밖에 있는가?
하느님이 무서워 도망치는가?
부끄러운 곳을 감추려고 하느님으로부터 어디에 숨어 있는가?
한 인간으로서, 한 신앙인으로서, 인생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아, 이제 내가 응답해야할 차례입니다.
“나는 하느님 안에 있는가, 아니면 밖에 있는가?
하느님이 두려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인가?
내 사는 모습, 부끄러운 곳을 감추려고 어디에 숨어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
나는 지금, 내 인생 길 위에, 어디쯤 가고 있는가?”
사순절 동안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앞에 내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확인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전주교구
김준호 십자가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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