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일어나 비추어라|

수성구 2014. 3. 28. 06:08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는 8월 우리나라에 오신다는 공식 발표를 들으면서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30년 전 5월4일 광주 무등 경기장에서 세례와 
    견진성사를 집전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뵙고, 
    그 파란 눈동자와 저의 검고 큰 눈이 마주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광주 관구 세 분 주교님들과 함께 일흔 두 명의 예비자들에게 신앙의 
    첫 성사를 베풀면서, 북녘의 3개 교구를 포함한 17개 교구를 상징하는 
    열일곱 명에 대해서는 교황님이 직접 물로 세례를 주셨습니다. 
    저는 선배 방송인 대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교황님 앞에 서 있었는데, 
    순간이었지만 맑고 깨끗한 그분의 눈은 사랑이 가득했고, 
    오직 저 한 사람만을 바라보시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때마다 온전히 사랑한다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저는 누구와 악수를 하면서도 눈길은 다른 사람을 향하기도 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알기로 2011년 우크라이나에서는 교황 방문 10주년을, 
    2013년 리투아니아에서는 교황 방문 20주년 행사를 치렀습니다. 
    올해는 103위 한국 순교복자들의 시성 30주년인 동시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교회 사목 방문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복자 교황님은 당신께서 제정하신 하느님의 자비 주일인 부활 제2주일에 
    요한 23세 복자 교황님과 함께 성인으로 선포되십니다. 
    그분과 관련 있는 뜻 깊은 일이나 기도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경사가 겹친 올해 우리 한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맞이해서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고, 아시아 청년대회를 개최하며, 
    교황님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교황님의 방한 일정 중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살아가는 ‘꽃동네’ 
    방문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옵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노약자와 어린이들, 미혼모와 그 아이들,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채 가슴을 뜯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겠는지,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교황 권고「복음의 기쁨」14)
    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이번 교황님의 방한은 “일어나 비추어라.”를 주제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예루살렘의 영광을 노래한 이 성경 구절을 음미하면서 이 땅의 겨레를 비추는 
    하느님의 빛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언제나 누리고 싶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이사 60,1-2)
    최홍준 파비아노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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