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멈춤
며칠 전 초등학교 동기가
지방에서 피정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교우이긴한데,
좀처럼 연락이 없는 친구였다.
"나, 바빠~ 나중에 연락해~"
그리고 시간이 흘렀는데,
문자가 다시 와서 확인해 보니,
암에 걸렸고 돈도 없고 조용히 무료로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달란다.
또 한 친구가 나한테 문자가 왔다.
이번에도 조용히 쉴 피정집을
추천해 달란다. 내가 왜냐고 물으니,
이번에는 휴가를 접고
조용히 혼자 피정을 하고 싶단다.
이제는 평소 연락이 없던 친구가
내 전화번호를 알아서
급작스레 전화를 하면, 덜컥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나를 찾는지 걱정이 된다.
50대 중반의 나이라는게 이제
앞만 보고 달릴 나이가 아닌 것 같다.
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일단정지> 혹은 <우선멈춤>같은
간판이 있는 것 같은데~
축구경기로 치면, 꼭 심판한테
엘로우 카드나 레드카드를 영육간에
받아야 정신을 차리는
어리석은 우는 범치 말아야 한다.
미리 미리 점검해 보고
미리 미리 평소에 준비를 해야 한다.
평원을 달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한동안 달린 다음에는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기다린다고
한다. 영혼을 기다린다고 한다.
미처 따라 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라 한다.
질주는 영혼을 두고 달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영혼을 빠뜨리고 달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육신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정신없이
끌려가다가, 기계인 육신도 망치고
영혼 구원도 놓쳐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말로 안타깝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르13,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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