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단상
<연옥>이라는
F. 홀뵈크(남현욱 옮김)가 쓴 책을 보면,
성녀 프란치스카 로마나가 본
묵시가 나온다.
이것은 이미 교회의 교도권과
신학이 말해 온 것들,
즉 내세 정화를 받는 영혼들의
감각적인 벌<각고(覺苦); poena sensus)>
과 상실의 벌<실고(失苦); poena damni;
하느님을 뵙는 복락의 일시적 정지와 유예;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하나의 예증이 된다.
성녀에 의하면, <연옥>이라는
이 "고통의 세계"는
세 개의 커다란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맨 위 지역에는 사소한 범행이나
결함 때문에 상실의 벌과 더불어 단지
아주 경미한 감각적인 벌을 당하고
있는 영혼들이 있다.
이곳은 단지 하느님을 뵈옵는 일과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누리는 일에
대한 뼈저린 열망과 갈증으로
고통당하는 곳이다.
그 다음 연옥의 가운데 지역에 있는
영혼들은 이미 저지른 큰 죄과들을
보속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다시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 첫번째 구역은 얼음물로 채워진
큰 못과도 같았다.
두번째 구역은 역청과 같은 끓는
기름으로 채워진 못과도 같았다.
또한 세 번째 구역은 금과 은이
혼합되어 끓을 때 생긴 거품들이
부글거리는 못과도 같았다.
36명의 천사들이 교대로 영혼들을
이 세 개의 못 속에 집어넣도록
하느님으로부터 위임을 받고 있었다.
천사들은 더할 수 없이 성실하게
불쌍한 영혼들에 대한 큰 경외심과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끝으로 지옥에 아주 가까이 있는
세 번째 지역은 골수에 사무치는
화염으로 채워져 있다.
이 불은 아주 어둡고 음울한 지역의 불과
단지 그 밝기 면에서만 차이가 난다.
맨 아래 지역은
또 다시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다른 구역에 비해 비교적 적게
고통을 받는 첫번째 구역에는 아직도
무거운 죄에 대한 형벌이 남아 있는
모든 신자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고통이 큰 두 번째 구역은
수련 수녀들과 수련 수사들과
아직 성품을 받지 못한 성직 희망자들이
정화되는 곳이다.
끝으로 가장 고통스런 세 번째 구역은
주교와 사제들을 위한 정죄소(淨罪所)이다.
그들은 더 높은 품격과 의무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가졌음에도
그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가장 고통스런 연옥의 형벌이 주어진다.
모두에게 형벌이 같은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저질렀던 죄악 중 아직도
통회 해야만 하는 죄악의 수와 무거운 정도
그리고 그러한 주교나 사제가 살아있는 동안
교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마찬가지로 연옥 고통의 기간도
이런 상태에 비례한다.
성녀 프란치스카 로마나는 이러한
묵시를 본 후에 특정한 죽은 이를 위해
중재 기도와 보속을 실천한 것에 대해
하느님께서 그 불쌍한 영혼들을
위로하신다는 확신이 언제나 위안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분명히 실고(失苦)와 더불어
각고(覺苦)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이 세상과 하느님의 나라는 완전히
전세가 역전이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교회 안에서 그만큼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악영향을 끼쳤을 때에는
천주 대전에 벌이 더 무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느 계시의 은사를
받은 분에게 들어서
그냥 참고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좀 더 편하게 살고 싶고 육체 노동을
하기 싫어서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이농현상이 있는 이 시대에
묵묵히 땀흘리며
자연에 순응하는 농부들이
자신의 힘든 일을 하면서
하느님께 불평과 원망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연옥 보속은 관면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3D(Dangerous, Difficult, Dirty)
업종에 다 해당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자유를 시험하는
기간인 이 세상살이를 다 보고 계신다.
우리들의 겉이 아니라 속 마음,
즉 내면을 보고 계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후의
광야 40년 동안 하느님께 대들고
불평하고 원망한 사람들은 모조리
광야에서 다 죽고,
그 후손들과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계약의 궤를 모시고
요르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밟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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