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온갖 유혹에서 구하소서.|

수성구 2015. 2. 24. 03:55

 

 

2015223일 사순 1주간 월요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5,31-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1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32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33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36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37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41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42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43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44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45 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46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


온갖 유혹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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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 집 형편이 가장 나쁠 때였습니다. 학교에 다닐 형편이 아니라서 동창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온실에서 꽃을 키우는 일을 해야만 했고 아마 점심을 먹은 날은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영자 신문을 학생들에게 팔아서 학비를 마련하고, 어떤 때는 가정교사를 하면서 정말 가까스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니는 시늉만 한 것 같습니다. 교실에 앉아 있으면 몸이 많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비롯하여 복잡한 집안 생각으로 가득 차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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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었다고 말씀하시며 의인과 악인을 구별하십니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배고픈 사람이 없는듯하지만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먹지 못해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에는 많습니다. 또한 배부르게 먹고도 영혼은 영양결핍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사실은 조금 적게 먹고, 먹을 것을 나눈다면 좋은 다이어트가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다고 의인을 구분하시는데 사실 우리 인간의 욕망은 무한합니다. 특히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은 것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유한하며 나약한 존재라서 그 갈망은 도저히 해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무한한 갈증을 누가 채워줄 수 있습니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보잘것없는 사람의 구령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기에 주님을 모르고 복음을 듣지 못하고 그만 생을 다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우리의 책임을 주님께서 묻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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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머무를 거처가 없어서 집 없는 서러움을 당해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월세 집에서 전세 집으로 전전하다가 집을 겨우 마련하고 아내와 내가 너무 좋아서 붙잡고 울던 때가 생각납니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밥을 굶고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명절 설날 전날에는 한 노숙자가 얼어 죽었는데 이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목적지를 찾지 못해 방황할 때 누가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야 합니가? 하지만 나 또한 이런 저런 일에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살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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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아파트 라인마다 헌옷을 수납하는 곳이 있습니다. 매일 그 곳에 버려지는 멀쩡한 옷이 가득 찹니다. 한 탈북자는 남한의 쓰레기장은 혼수품 저장고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의 다섯째 동생은 어머니가 기워준 양말을 신고 계수씨 어머니께 첫인사를 갔었습니다. 기운 양말을 신고 왔다고 뭐라고 하는데 양말 기운 것이 뭐 잘못입니까?”라고 말해서 그 집의 사위가 되었답니다. 그런 것을 흠으로 생각하는 동생들은 하나도 없었기에 나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장남인 내가 동생들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흔히 옷은 체면이고, 위신을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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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신탕을 아주 잘 먹습니다. 천주교 신자치고 보신탕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해시대에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 다섯 집을 묶어서 한 집이라도 천주교를 믿으면 다섯 집 모두 고기나 양식을 팔지 못하게 한 법)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고기는 개고기 밖에 없으니 그게 최고의 영양보충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도 20대 초반에 폐결핵으로 쓰러져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걸음마를 떼는데 교우 할머니가 쥐약을 먹어 펄펄 뛰는 개를 잡아 내장을 긁어내고 가져다주어서 삶아서 먹고 겨우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의 사랑을 지금도 보신탕을 먹으면서 고마워합니다. 병은 마음의 병이 더 커서 육체적인 병이 20%라면 마음의 병은 80%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웃들의 마음의 병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고 참된 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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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주님이 주신 최대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그 자유를 억압하면 이는 주님을 정면으로 박해하는 것입니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갈 수 있으나 진정한 해방은 육체적인 감옥 보다는 영혼의 해방입니다. 나는 요즘 감옥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이나 직장이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처럼 감옥은 우리 주변 가까이 각처에 있습니다. 내 자유를 구속하는 많은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과연 누가 도와준다고 생각합니까? 흔히 여자들이 시집을 가면 새로운 시집이 엄청나게 엄중한 감옥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 모릅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감옥을 만들고, 엄마와 아버지가 감옥을 만들고, 때로는 교회가 감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신부님들은 과연 감옥을 만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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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염소를 갈라놓으시듯 저희를 갈라놓으실 주님, 저희는 주님이 뜻하시는 일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적당히 외면하고 수수방관한 모든 잘못을 용서하소서! 굶주리고 목마른 이를 못 본 척 않으며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서로 위로와 사랑으로 친교를 나누는 일에 외면하지 않도록 은총으로 보호하소서!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 의인의 반열에 들고자 하오니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더욱 정진하게 하소서. 자비의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