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만남
하느님을 만남
(성경 속 하느님 생각 민남현 수녀)
호렙 산에 도착한 엘리야는 동굴에서 밤을 지냈다.
막힌 공간.
아직 빛이 닿지 않은 어둠의 시간에 그는 천사의 목소리가 아닌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느님과 엘리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이 물음에는 엘리야가 있는 곳이
그의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엘리야의 대답을 통해 그는 아직 백성들의 불충실에 대한 분노와
이제벨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제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일한 대가가 죽음의 위협이라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데
이는 결국 주님을 향한 원망이다.
주님은 엘리야한테 동굴 밖으로 나와서 당신 앞에 서라고 명령하신다.
이는 엘리야한테 자신을 방어하려는 집착을 버리고
이제까지 그가 하느님을 체험하던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요청이다.
동굴 어귀에 선 엘리야 앞에 기괴한 자연현상이 일어난다.
강품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고 큰 불길이 일어난다.
그런데 주님은 그 위협적인 자연현상들 안에 계시지 않았다.
이제 주님은 새로운 방식으로 당신을 계시하신다.
하느님에 대한 엘리야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엘리야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한다.
조용한 소리 가운데 주님은 같은 질문을 하신다.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 물음은 엘리야가 있어야 할 장소는 호렙 산이 아니라
백성한테 돌아가 사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엘리야 또한 같은 대답을 하지만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뒤라
그의 말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곧 하느님의 사명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존재임을 깨달았기에
주님이 그 힘을 주셔야 한다는 간청이 들어있다.
그의 대답을 들으신 주님은 그를 다시 파견하신다.
엘리야는 다마스쿠스로 돌아가 기름을 부어 임금들을 세우고
그의 뒤를 이을 예언자 엘리사를 성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다.
주님의 뜻에 따라 엘리야는 또다시 길을 떠난다.
엘리야의 여정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와 약속의 땅에 이른 여정과 유사하다.
이스라엘 백성도 40년 동안 광야를 걸었고 위기가 왔을 때
하느님이 마련하신 광야의 음식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으며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그분의 백성으로 새로 태어났다.
하느님의 부재와 현존의 체험은 참된 길을 발견하게 하는 지혜의 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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